
장애인 이동권은 더 이상 유보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기초 권리다. 2025년 7월 28일,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밝힌 장애인의 참담한 이동 현실(평균 25분, 최대 3시간의 콜택시 대기 시간, 시외 고속버스의 휠체어 접근 불가, 비행기 이용 시 6배에 달하는 추가 비용)은 단지 불편을 넘어 ‘차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윤덕 후보자는 “동의한다”고 답하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반드시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결코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전장연이 지하철에서 외쳐온 “장애인도 시민이다”라는 절규에 정부가 마침내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은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전장연의 절박한 외침은 정치적 정쟁이나 사회적 혐오 프레임 속에 갇혀 방치되어 왔다.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는 이동권 문제를 마치 시민 간의 갈등처럼 몰아가며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책임을 회피해 왔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며, ‘시민 모두의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이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대선 당시 약속했던 ‘장애인 이동권 보장’ 공약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은 이미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된 바 있으나, 국회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 법안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국회를 설득하고, 여야를 넘어 실질적 입법으로 연결해야 한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장애인콜택시의 수와 운영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하며, 고속버스와 항공 등 장거리 교통수단에서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구조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는 단지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사회적 안전망이다. 더불어 와상장애인을 포함한 중증장애인의 이동수단을 국가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하며, 그에 따르는 추가비용을 보조하는 제도적 장치도 도입해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교육받을 권리, 일할 권리,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와 연결된 ‘생활권’의 출발점이다. 이동하지 못하는 시민은 배제된 시민이며, 이는 곧 민주주의의 파괴를 의미한다. 전장연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에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는 단지 ‘편리함’이 아니라, 존엄한 삶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는 행동할 시간이다. 김윤덕 후보자의 약속이 공허한 수사로 남지 않도록, 이재명 정부는 이를 국정철학으로 실현해야 한다. 24년간 지하철에서 외쳐온 장애인의 목소리에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이동할 수 있어야 시민이고,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사회다. 이제, 우리는 이동하는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