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P 전면 재검토 착수… 복지를 자립·고용으로 잇는 설계 방식 주목

영국 정부가 장애인과 장기 질환자를 위한 현금 지원 제도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개인독립지급(PIP·Personal Independence Payment)은 일상생활과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게 현금을 지급해 독립적인 삶을 돕는 제도로, 2013년 도입됐다.
근로연금부(DWP·Department for Work and Pensions)는 지난 19일 ‘팀스 리뷰(Timms Review)’를 출범하고 오는 5월 28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공개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리뷰의 목표는 장애인이 지원금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취업을 포함한 실질적인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점검하는 것이다.
이번 재검토는 사회보장·장애부 장관 스티븐 팀스 경이 공동 의장을 맡아 이끈다. 실무는 12명으로 구성된 운영 그룹이 담당하는데,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단체, 간병인, 의사, 전문가가 함께 참여한다. 정부가 방향을 정하고 공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가 처음부터 제도 설계에 참여하는 구조다.
의견 제출은 온라인 양식, 이메일, 우편 세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며 익명 제출도 허용된다. 영국 수화, 점자, 오디오, 쉬운 읽기 버전도 함께 출판해 다양한 장애 유형을 가진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재검토가 다루는 핵심 주제는 크게 네 가지다. PIP가 장애인의 독립생활과 사회 참여를 실질적으로 돕고 있는지, 지원 자격 판정 기준이 정신·만성 질환처럼 증상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까지 공정하게 반영하는지, 신청부터 이의 제기까지 실제 이용 과정에서 불편함은 없는지, 그리고 제도 도입 이후 달라진 노동 시장과 사회 변화에 제도가 맞게 바뀌어야 하는지다. 수렴된 의견은 운영 그룹이 검토해 권고안을 만들고, 그 결과는 공개된다.
이번 리뷰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PIP를 단순한 생활비 지원 제도가 아니라 고용 참여를 포함한 자립 지원 수단으로 다시 정의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증상이 들쑥날쑥한 정신·발달장애나 만성 질환처럼 기존 평가 기준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경우를 별도로 다루는 것도 이번 검토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포함됐다.
한국도 2019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기능 중심 평가로 전환하는 변화를 거쳤다. 그러나 정책 설계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뤄지는지, 복지 지원이 취업과 자립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충분한지는 꾸준히 제기되는 과제다. 현재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장애인고용공단 중심의 집행 구조가 주를 이루는데, 당사자와 고용주, 현장 전문가가 함께 제도 설계에 참여하는 방식이 보완된다면 정책이 실제 필요에 더 가깝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장애인 고용률은 약 36%로, 영국의 약 53%와 차이가 있다. 제도적 맥락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영국이 이번 재검토를 통해 복지 제도의 목적을 ‘지급’에서 ‘자립과 참여’로 옮기고, 그 과정을 당사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