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조례 기반 보험 지원 본격 시행
낙인 우려·보장 범위 한계 속 국가 차원 제도 논의 필요성도

발달장애인의 사회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발달장애인 배상책임보험’ 제도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사고 발생 시 가족에게 집중되던 경제적 부담을 사회가 함께 분담하자는 취지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여러 한계와 개선 과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발달장애인 배상책임보험은 발달장애인이 일상생활이나 외부 활동 중 타인에게 신체상·재산상 피해를 입힌 경우 보험을 통해 일정 부분을 보상하는 제도다. 일반 민간보험 시장에서는 장애 특성 등을 이유로 상품 설계가 쉽지 않은 만큼, 대부분 지자체가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사회보험 성격의 공공안전망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아직 시행 사례는 많지 않다. 서울 성동구가 2025년 전국 최초로 사업을 도입한 이후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단계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본격 시행에 나섰다.
강남구는 5월부터 ‘발달장애인 배상책임보험 지원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발달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위한 보험가입 및 지원 조례’를 근거로 추진되며, 지난 3월 강남구의회 심의를 거쳐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구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활동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고 이후의 부담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사회가 함께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역 내 발달장애인 수는 2022년 1631명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1885명으로 증가했다. 구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 활동이 확대되는 흐름에 맞춰 실질적인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지원 대상은 강남구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등록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이다.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자동 가입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장 항목은 일상생활 배상책임과 상해후유장해 두 가지다. 일상생활 배상책임은 발달장애인의 사회활동 중 발생한 사고로 타인에게 신체상·재산상 피해를 입힌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한다. 상해후유장해 역시 사고로 후유장해가 발생했을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된다.
보장 기간은 올해 5월 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1년이며, 강남구는 향후 매년 보험을 갱신해 지속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 확대 과정에서는 한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부분은 발달장애인을 잠재적 위험군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배상책임보험이라는 명칭 자체가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 가능성을 지나치게 부각할 수 있다는 우려다.
보장 범위의 현실성 문제도 남아 있다. 현재 대부분 지자체의 보장 한도는 1000만원 안팎 수준인데, 실제 사고 규모에 따라 충분한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학교·복지시설·직업훈련기관 등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어디까지 보상 책임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기준도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 역시 과제로 꼽힌다. 현재는 기초자치단체 예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지역 재정 상황에 따라 사업 유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시행 지자체마다 보장 내용과 지원 기준이 달라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보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사회 돌봄과 행동지원 체계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활동지원서비스와 주간활동서비스, 행동중재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연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국가 차원의 제도화 필요성도 거론된다. 현재처럼 일부 지자체 조례에 의존할 경우 지역별 편차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향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이번 보험 지원이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한 부담을 덜고,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장애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