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는 ‘보험’이자 ‘보편적 인프라’…시혜 넘어선 ‘사전 투자’가 답
2025년 장애인 고용률 40.1% 그쳐… 비장애인과 20%p 격차 해소가 관건

대한민국은 이제 ‘초고령사회’라는 미증유의 길에 들어섰다. 유엔이 정한 초고령사회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는 이미 지난해 돌파했고, 올해는 그 비율이 21%를 넘어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약 1084만 명에 달한다.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7년 만인 2024년에 초고령사회의 문을 연 셈이다. 고령화는 이제 대비해야 할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대응은 대부분 ‘노인 복지’라는 틀 안에 머물러 있다.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확대, 요양시설 확충 등 고령층을 특정한 대상으로 분리해 지원하는 방식이 정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접근만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장애인 복지와 고령화 문제의 뿌리가 하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하는 장애는 단순히 신체적 손상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기능 저하가 사회적 환경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활동의 제한’과 ‘참여의 제약’을 모두 아우른다. 이 관점에서 보면 노화는 그 자체로 장애의 범주와 궤를 같이한다. 거동이 불편해진 노인이나 만성질환으로 일상에 벽을 느끼는 고령자는 제도적 분류만 다를 뿐, 장애인이 겪는 장벽을 똑같이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애인과 고령자가 공유하는 고통은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널려 있다.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이용자만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 연골이 마모되어 계단이 공포가 된 노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명선이다. 식당의 키오스크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는 이도 시각장애인뿐만이 아니다. 작은 글씨와 복잡한 조작법에 가로막힌 고령자들에게 디지털 기기는 거대한 장벽이다. 결국 사회가 어떤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되었느냐에 따라 구성원 전체의 삶의 반경이 결정되는 셈이다.
이런 접근성의 문제는 일상의 이동과 소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동시장에서도 동일한 장벽이 고스란히 작동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33.8%에 머물렀다. 같은 시기 전체 인구 고용률과 비교하면 약 28%포인트에 달하는 격차다.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채용부터 직무 설계, 조직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노동시장의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민간기업 의무고용률을 2027년 3.3%, 2029년 3.5%로 단계적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나, 현장의 수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숫자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장애인 고용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인가. 이 대목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장애인 고용은 취약계층을 돕는 시혜가 아니라, 비장애인의 노후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투자다.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 신체 조건에 맞춘 직무 재설계와 보조공학 기기 지원은 머지않아 고령 근로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표준 모델이다. 청력과 시력이 저하되고 장시간 통근이 버거워질 미래의 우리에게 필요한 환경은, 지금의 장애인이 간절히 원하는 환경과 정확히 일치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곧 고령자 편의시설이며, 장애인 직무 지원 체계가 곧 고령 근로자 지원 체계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노후의 고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동권과 의료 접근성, 디지털 안전망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다.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를 사회 전체의 표준으로 격상시키는 일은, 누구나 겪게 될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공공의 저지선을 구축하는 일과 같다.
장애가 ‘남의 일’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등록장애인의 80~90%는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며, 등록장애인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고령화 사회에서 이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고령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며, 지금의 비장애인 또한 언젠가는 기능의 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결국 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위한 사전 예약이자 사회적 보험이다. 지금 장애인 복지에 인색한 사회는 머지않아 고령화된 자신에게도 인색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 복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보내는 가장 확실한 미래의 대비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