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터팬 아빠’가 떠난 뒤에 남겨진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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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피터팬 아빠들에 대한 관심 필요
부모의 노후와 죽음 이후를 걱정하는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은 여전해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와 아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피터팬 아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전경철 작가가 지난 5일 별세했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20여년간 홀로 돌본 전 작가는 자신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에도 아들의 거처를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맸다.

전 작가는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진단과 함께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을 아들을 걱정해 전국의 보호시설 1000여곳을 찾아다녔지만 받아주는 곳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은 이후 글과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이어졌고, 아들은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출간했고, 생의 마지막까지 중증 발달장애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네버랜드 마을’과 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전 작가는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였다. 생전 자신의 뜻에 따라 빈소 없는 장례가 치러졌다. 그가 마지막까지 남긴 메시지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증 장애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달라는 호소였다.

전경철이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사회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신의 경험을 글로 기록했고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유명해진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가족의 현실이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부모가 고령이 되거나 질병을 앓게 되면 돌봄의 문제가 곧 생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가족의 희생으로 버틸 수 있지만, 부모가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한 주거와 돌봄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면 가족은 막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 작가가 죽음을 앞두고 직접 경험한 시설 입소의 어려움은 개인의 안타까운 사연으로만 볼 수 없다. 수많은 시설의 문을 두드리고도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장애인 돌봄체계가 부모의 부재 이후까지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전 작가의 별세 이후 정부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범정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돌봄의 무게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보통의 삶과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대책과 함께 이번에 이어진 사회적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전 작가처럼 자신의 사연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부모가 작가가 될 수도, 방송에 출연할 수도, 시민들의 후원을 받을 수도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람들은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평범한 ‘피터팬 아빠’들이다. 오랜 시간 자녀를 돌보면서 자신의 건강과 노후를 뒤로 미루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자녀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걱정하는 부모들이다.

전경철 작가가 남긴 질문은 단순하다. ‘내가 죽은 뒤 내 아이는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문제를 부모 개인의 희생이나 시민의 선의에 맡기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안정적인 주거와 돌봄, 지역사회 생활, 위기 상황에 대한 공공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피터팬 아빠’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사연으로만 남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 작가가 특별해서 이런 문제를 겪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들은 살아가야 하고, 전국에는 부모의 노후와 죽음 이후를 걱정하는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이 여전히 존재한다.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부모의 희생이 아니라 부모가 없어도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