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피터팬 아빠들에 대한 관심 필요
부모의 노후와 죽음 이후를 걱정하는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은 여전해

‘피터팬 아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전경철 작가가 지난 5일 별세했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20여년간 홀로 돌본 전 작가는 자신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에도 아들의 거처를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맸다.
전 작가는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진단과 함께 6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을 아들을 걱정해 전국의 보호시설 1000여곳을 찾아다녔지만 받아주는 곳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은 이후 글과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이어졌고, 아들은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출간했고, 생의 마지막까지 중증 발달장애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네버랜드 마을’과 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전 작가는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였다. 생전 자신의 뜻에 따라 빈소 없는 장례가 치러졌다. 그가 마지막까지 남긴 메시지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증 장애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달라는 호소였다.
전경철이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사회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신의 경험을 글로 기록했고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유명해진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가족의 현실이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부모가 고령이 되거나 질병을 앓게 되면 돌봄의 문제가 곧 생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가족의 희생으로 버틸 수 있지만, 부모가 더 이상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한 주거와 돌봄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면 가족은 막다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 작가가 죽음을 앞두고 직접 경험한 시설 입소의 어려움은 개인의 안타까운 사연으로만 볼 수 없다. 수많은 시설의 문을 두드리고도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장애인 돌봄체계가 부모의 부재 이후까지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지 되묻게 한다.
전 작가의 별세 이후 정부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범정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돌봄의 무게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보통의 삶과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대책과 함께 이번에 이어진 사회적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전 작가처럼 자신의 사연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부모가 작가가 될 수도, 방송에 출연할 수도, 시민들의 후원을 받을 수도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람들은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평범한 ‘피터팬 아빠’들이다. 오랜 시간 자녀를 돌보면서 자신의 건강과 노후를 뒤로 미루고,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자녀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걱정하는 부모들이다.
전경철 작가가 남긴 질문은 단순하다. ‘내가 죽은 뒤 내 아이는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문제를 부모 개인의 희생이나 시민의 선의에 맡기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안정적인 주거와 돌봄, 지역사회 생활, 위기 상황에 대한 공공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피터팬 아빠’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사연으로만 남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 작가가 특별해서 이런 문제를 겪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들은 살아가야 하고, 전국에는 부모의 노후와 죽음 이후를 걱정하는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이 여전히 존재한다.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부모의 희생이 아니라 부모가 없어도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