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 그 실태와 구조

이 글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3일 발간한 NARS 현안분석 제425호 ‘장애인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과 방향성’의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분석합니다. 원문의 핵심 논지와 데이터를 충실히 반영하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의 설명과 맥락을 더했습니다. [편집자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인 요즘, 택배기사·배달기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놓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이 논의의 한켠에 늘 배제되어 있는 집단이 있다. 최저임금법이 제정·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법이 명시적으로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유일한 대상, 장애인 근로자다.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1986년 법 시행 이후 40년 가까이 변한 것이 없다.
그 사이 노동의 가치는 많이 바뀌었다. 1989년 시간당 600원으로 출발한 최저임금은 2026년 1만320원으로 17배 이상 올랐다. 의무고용 대상 장애인 근로자는 1991년 1만 462명에서 2025년 30만 9846명으로 30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조항만큼은 그대로다.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왔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 Committee)는 2014년 제1차, 2022년 제2·3차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장애인이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최저임금법으로 인해 많은 장애인 근로자가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3년 장애인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고용 보조금 지급 방안 검토를 제안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5건이나 잇달아 발의됐다.
그럼에도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늘 등장하는 논리가 있다. “최저임금을 전면 적용하면 장애인 고용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4.0%로, 전체 인구 고용률 63.8%에 비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현실이 제도 유지의 명분으로 작동해 왔다. 과연 그 논리는 타당한가.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에서 그 전제 자체를 정면으로 검토한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인가를 신청하고, 해당 기관의 장이 심사해 허가하는 방식이다. 인가 기준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6조에 규정돼 있다. ‘정신 또는 신체의 장애가 업무 수행에 직접적으로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이 명백한 사람’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비장애인 노동자 대비 작업능력이 70% 이하일 때 적용 제외가 가능하다. 이 기준은 2018년 강화된 것으로, 이전에는 90% 이하면 가능했다.
작업능력 평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의견을 참고해 이뤄진다. 인가 기간은 최대 1년이지만 횟수 제한이 없어 매년 반복 갱신이 가능하다. 인가서 발급 시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은 “유사 직종 근로자의 임금수준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할 것”을 사용자에게 권고할 수 있다. 의무가 아니라 권고다. 그 결과는 어떨까. 2025년 기준 신청자 1만 206명 중 인가자는 1만 145명으로, 승인률이 97.1%에 달한다. 사실상 신청하면 거의 모두 통과된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를 받은 장애인 근로자는 매년 약 1만 명 수준이다. 이들의 특성은 매우 뚜렷하게 집중돼 있다. 장애 정도를 보면 98%가 중증장애인이다. 장애 유형으로는 지적장애인이 80%, 자폐성장애인이 9%로, 발달장애인이 전체의 약 89%를 차지한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2025년 기준 월평균 42만719원이다. 2026년 최저임금 기준 월급(주 40시간 기준 약 215만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분포다. 1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170명(1.7%)이고, 10만30만원 구간이 3271명(32.2%), 30만50만원 구간이 3719명(36.7%)으로, 전체의 약 70%가 월 50만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일하는 곳은 어디일까. 2025년 기준으로 보면 97.1%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그 중 보호작업장이 90%, 근로사업장이 7.1%다. 일반 사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는 고작 1.6%(164명)에 불과하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복지시설로, 일반 작업환경에서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특별히 준비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다.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근로사업장은 직업능력은 있으나 이동·접근성 등의 제약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근로 기회를 제공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며, 경쟁 고용시장으로의 이행을 돕는 시설이다. 보호작업장은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재활훈련을 제공하고 보호 가능한 조건에서 근로 기회를 주되,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2022년 기준 데이터를 보면 두 유형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근로사업장은 월평균 임금 125만5000원, 평균 시급 8126원이었던 반면, 보호작업장은 월평균 임금 49만8000원, 평균 시급 4782원에 불과했다. 보호작업장의 발달장애 비율은 85.6%에 달한다. 결국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의 대부분은 일반 고용시장이 아닌 복지시설 안에서, 최저임금 적용 의무도 없는 보호작업장에, 발달장애를 가진 중증장애인으로 존재하고 있다.
한 가지를 더 있다. 보호작업장에는 ‘근로장애인’만 있는 게 아니다. ‘훈련장애인’도 함께 있다. 이들은 아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직업훈련을 받으며, 임금 대신 훈련수당을 받는다. 2022년 기준 보호작업장의 훈련장애인은 5619명으로, 근로장애인 1만 1398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의 월평균 훈련수당은 9만 9000원이다. 부산·울산·강원·전북·경남 등 5개 지역에서는 훈련수당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은 ‘근로장애인’, 어떤 사람은 ‘훈련장애인’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그 구분 기준은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다. 시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동일한 사람이 상황에 따라 두 신분을 오가기도 한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도, 그 아래의 훈련수당 지급 여부도 모두 법의 바깥, 시설의 재량 안에 있다.
40년. 최저임금이 17배 오르고, 의무고용 장애인이 30배 늘어난 시간 동안, 1만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는 그 사이 매달 평균 42만원을 손에 쥐었다. 법이 그래도 된다고 했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