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나는 모습이다. 거대한 배는 앞부분만 남긴채 잠겨있고 아직 배안에 아이들이 남아있다는 다급한 기자의 목소리…
’그날 이후 봄은 더 이상 봄이 아니었다.’
세월이 아무리 많이 지나더라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 내 아이에게 일어난 일은 보통 그렇다. 그날, 그 바다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유가족들은 남은 인생 내내 가슴 한곳이 뻥 뚫린채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 슬픔과 아픔을 오롯이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들의 첫번째 반응은 ‘현실 부정’ 이라고 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곤 가슴 한켠에 커다란 돌맹이를 안은채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 무게감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뻥 뚫린 가슴으로 11년을 살아내고 있는 그들의 마음을, 돌맹이 박힌 가슴으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는 오늘이다. 자식을 둔 부모로서, 또 사회적 약자의 부모로서 느끼는 불안과 책임, 그리고 영원히 구조되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이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렸던 아이들의 절박함이, 일상 속에서 도움을 구해도 사회가 귀 기울이지 않는 장애 자녀들의 현실과 겹쳐 보이는 것은 과도한 생각일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이제 제발 그만 좀 하라. 이제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라.’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전장연의 지하철 승차 시위에도 아마 비슷한 말을 했을 것이다. 이런 말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했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사회 구조의 실패 혹은 제도의 무관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날 있었던 끔찍한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가 되어 영혼 없는 교육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세월호 안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세월호를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든 약자를 지키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