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1주기, 제도는 바뀌었지만 과제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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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명의 희생 이후 달라진 재난 체계와 여전한 약자 보호의 사각지대

<사진=겟티이미지 코리아>

참사 이후 정부는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했다. 재난안전 관리 기능은 행정안전부 중심으로 통합·강화됐고, 해상 안전 관리 체계 역시 재편됐다. 한때 해체됐던 해양경찰청은 조직을 정비해 부활했고, 선박 과적 단속과 운항 관리 기준이 강화됐다. 또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해 조사 활동을 진행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제도 개선과 별개로 여전히 ‘완전한 진상 규명’과 ‘책임의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1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 행사에서 한 유가족은 “시간이 흘렀다고 아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은 이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이후 제도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재난 대응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지속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난관리 분야 한 교수는 “매뉴얼과 조직 개편은 이뤄졌지만, 실제 상황에서의 지휘 체계 일원화와 현장 대응 훈련의 내실화는 계속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장애인 단체들은 대피 정보 접근성, 이동 지원 체계, 맞춤형 구조 매뉴얼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회에서는 약자가 더 큰 위험에 놓인다”며 “재난 대응 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장애인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재난 이후 이어진 사회적 갈등과 시위 방식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책 전문가들은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제도적 소통 창구가 충분히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전 정책과 약자 보호 정책을 둘러싼 공론의 장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11년이 흐르는 동안 안전 관련 법과 조직은 적지 않게 변화했다. 그러나 재난은 제도만으로 막을 수 없으며, 현장 대응 능력과 사회적 신뢰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안전 체계를 끊임없이 점검하게 하는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304명의 희생이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임, 그리고 가장 취약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지키는 사회적 합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11주기를 맞는 지금, 기억은 추모를 넘어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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