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기술자격시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취업의 문을 여는 중요한 기회지만, 장애인 응시자들에게는 시험장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조차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휠체어 사용자 박 씨는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시험을 치르기 위해 여러 번 문의한 끝에 하남 시험장으로 배정됐지만, 시험장 내 편의시설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사전답사를 다녀와야 했다. 그는 “현장을 미리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시험을 포기할 뻔했다”며 다음 시험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를 나타냈다.
장애인 응시자들은 시험에 응시하기 전부터 편의시설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서 접수 단계나 관련 홈페이지에서 승강기,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등 주요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직접 현장을 확인하거나, 최악의 경우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교육권과 직업 선택권을 침해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024년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75만여 명에 달하며, 이 중 많은 이들이 자격증을 기반으로 취업에 나선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자격증은 취업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수단이다. 2023년 장애인고용패널조사에 따르면 자격증을 보유한 장애인의 35.2%가 미취업 상태에서 취업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이 보유한 자격증 중 69.7%가 국가기술자격증이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자격증이 현재 일자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시험장의 접근성과 편의시설 정보 제공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서, 장애인의 직업능력 개발과 사회 참여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사업단은 전국 상시 시험장의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완료했으며, 원서접수 페이지와 수험표에 관련 정보를 기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승강기 유무만 표기되어 있고, 조사 시기와 방법에 대한 명확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사업단에 원서접수 단계부터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등의 정보를 포함한 편의시설 안내를 강화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 및 갱신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시험장 선정 시 장애인 편의시설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기준의 공개를 요구하며,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
21개 장애인단체 실무책임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일상 속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와 제안을 이어가고 있으며, 해당 안건의 추진 경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의 제도개선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의 자격시험 응시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