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안」제정 요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대선 도중 이재명 대선 후보에 제출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안」은 노동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된 중증장애인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보장하자는 제안이었다. 제안안의 골자는 주당 20시간, 1만 명 규모의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를 12개월 근로계약으로 보장하고, 이를 지원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가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바람을 담았다.
이 제안이 절실한 이유는 통계에서 드러난다. 2024년 기준 중증장애인의 고용률은 29.5%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76.2%로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다. 특히 약 1만여 명의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돼, 다수는 보호작업장에서 월평균 40만 원 이하를 받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꾸준히 지적해 온 차별 구조이며, UN장애인권리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보호작업장 폐지와 최저임금 차별 철폐를 거듭 권고해 왔다.
그러나 법제화 과정에서는 현실적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재정 규모와 지속 가능성이다. 1만 명에게 주 20시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려면 매년 수천억 원이 소요된다. 경기 변동이나 정권 교체에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을 법안에 명시해야 한다.
둘째, 일자리의 질이다. 권리 중심을 표방하더라도 직무가 단순 반복업무에 머물면 사회참여 확대라는 취지가 반감된다. 직무 다양화와 경력 개발 경로를 병행해야 한다.
셋째, 기존 제도와의 정합성이다. 장애인고용촉진법, 보호작업장 제도, 고용장려금 정책과의 충돌이나 중복을 최소화하고, 최저임금법 개정과 연계해야 실효성이 담보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법률 제정과 함께 재정 확보를 위한 별도 기금 조성 또는 일반회계 내 의무 편성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공공일자리의 직무를 지역사회 서비스, 문화·예술 활동, 환경 관리, 디지털 정보 접근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단순노무 중심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셋째, 민간 기업이 중증장애인 고용을 회피하지 않도록 공공일자리와 민간 의무고용을 연계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넷째, 정책 설계와 운영 전 과정에 당사자 참여를 제도화해 현장성이 살아 있는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는 복지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노동권 실현의 문제다. 정부와 국회는 재정 부담만을 이유로 미루지 말고,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을 가능케 하는 이 제안의 제도화를 적극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