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이가 학교를 졸업한 뒤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속엔 늘 같은 질문이 맴돈다. 유아기부터 학령기까지는 복지 시스템과 특수학교, 치료센터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정작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아갈 때는 기댈 언덕이 적다. 부모의 시간은 아이의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걱정은 더 깊어만 간다.
“어른이 된 이후가 더 막막해요.”
많은 부모들이 털어놓는 말이다.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이뤄지는 평생교육이 존재하긴 하지만, 사회생활을 위한 실질적 교육이나 직업 연계는 아직까지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단순 기술보다 일상의 리듬을 배워야 하고, 지속적인 관계와 안정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이들이 사회 속에서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가기엔 여전히 불충분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스포츠’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발달장애인 배드민턴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라온 장애인 배드민턴부’의 강태경 이사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재활을 위해서든 혹은 일상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든 외부 활동을 해야만 한다. 건강과 일상을 동시에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 정상적인 형태로 취업하기는 힘들지만 스포츠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를 제공 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해 한다.”라며 만족해 했다.
부모들 또한 서로를 통해 위로받고, 정보를 나누며 삶의 버팀목을 만들어간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어요. 무슨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도, 어떤 권리가 있는지도요. 그런데 다른 부모를 만나면서 길이 보이더라고요.” 한 어머니의 말처럼, 부모 모임이나 지역 커뮤니티의 힘은 큰 역할을 한다. 때로는 법률 상담을 함께 받고, 때로는 함께 체육관에 아이를 보내며 일상을 나눈다. 그렇게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라는 위로가 서로를 살게 한다.
발달장애 선수의 한 어머니는 “운동은 단순히 건강 유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사회생활’을 한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직장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일상생활에 큰 위안이 된다.”며 “취업 이후에 아이가 더 열심히 운동하려 하고 하루하루 활력을 얻어가는 것 같다.”고 강조 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사회는 아직 이들의 삶을 충분히 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스포츠’라는 활동이 단지 신체 운동이 아니라 관계의 장이 되고,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험이 되는 것처럼, 한 걸음씩 세상은 바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리고 부모들이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큰 희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