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후 단절되는 지원체계, 체육활동 기반 고용 연계로 돌파구 모색

“내 아이가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반복해서 던지는 질문이다. 유아기와 학령기에는 특수교육과 치료 지원,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일정 부분 작동하지만 졸업 이후 성인기로 접어들면 지원 체계는 급격히 줄어든다. 교육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많은 가정이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장의 고민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직무 적응과 사회적 관계 형성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의 배경으로 ‘학교 이후 공백’을 꼽는다. 학령기 동안에는 특수교육과 다양한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졸업 이후에는 체계적인 활동 공간이나 직업 경로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장애인복지관과 평생교육기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직업훈련과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직 촘촘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분야가 체육 활동과 고용을 결합한 모델이다. 반복 훈련과 팀 활동이 중심이 되는 스포츠 환경이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비교적 잘 맞는 영역으로 평가되면서다.
지역에서 발달장애인 배드민턴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라온 장애인 배드민턴부’ 강태경 이사는 “발달장애인에게 운동은 단순한 재활이나 여가를 넘어 일상 리듬을 형성하는 중요한 활동”이라며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체육활동이 직업과 연결될 경우 당사자의 동기와 자존감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이어 “일반 고용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스포츠 활동을 기반으로 한 장애인 일자리 모델은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선수로서 소속감을 갖고 활동하는 경험 자체가 사회적 관계 형성과 생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참여 선수 보호자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선수 보호자 A씨는 “운동은 단순한 체력 관리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출발점이 됐다”며 “직장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의 표정과 생활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 이후 오히려 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하루 일과를 스스로 관리하려는 모습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정책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지원 정책이 보호 중심 접근에서 사회 참여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활동 공간과 소득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와 체육 분야는 반복 훈련과 협력 활동이 가능해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비교적 잘 맞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다만 스포츠 기반 고용 모델이 안정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지도자 전문성 강화, 선수의 경력 관리 체계 구축 등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단기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장기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부모 모임과 지역 커뮤니티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 접근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부모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정책과 제도를 학습한다. 법률 상담이나 직업 정보 탐색, 체육 프로그램 참여 정보 등이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 비공식적인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문제는 더 이상 개별 가정만의 고민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 교육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당사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가족의 부담, 지역사회의 포용성까지 좌우하는 사회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스포츠 기반 고용 사례는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정책이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의 궤적을 사회가 함께 설계할 수 있을 때 발달장애인의 성인기는 공백의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