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브하우스·보조 업무 중심 안착… “물리적 제약 넘어 실무 중심 채용”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관. 9월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2025 관광 일자리페스타’ 현장은 수백 명의 구직자와 130여 개 관광기업이 오간 채용 열기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서류 검토와 면접, 직무 상담뿐 아니라 인공지능 기반 인적성 검사, 프로필 촬영 등 실질적인 채용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중에서도 관광산업 내 장애인 채용 부스는 눈길을 끌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한국호텔업협회와 함께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약 120여 건의 채용공고 가운데 13개 기업이 장애인에게 문을 열었고, 현장에서 면접과 상담이 동시에 진행됐다. 개발원은 부스를 찾은 장애인 구직자에게는 이력서와 경력에 맞춘 상담을, 기업 인사담당자에게는 ‘장애인 고용컨설팅’을 제공하며 매칭을 돕고 있었다.
에버랜드 리조트 부스 앞에는 상담을 기다리는 구직자가 길게 늘어섰다. 에버랜드 리조트는 중증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 다만 사업 특성상 현장 서비스 업무가 많아, 야외 활동이 가능한 정도의 신체적 조건을 실무 적합성의 기준으로 본다.
부스 담당자는 “현재 에버랜드 내부 기준으로는 평균 20명대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며, “담당 직무는 식음 부문 보조, 유모차 대여소 운영, 환경미화, 고객 안내 등으로 폭이 넓다”고 전했다.
주식회사 남이섬은 채용 과정에서 연령이나 장애 유무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직무 적합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장애인 전용 직무를 따로 두지 않으며, 동일 기준으로 채용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담당자는 “현장 업무의 특성상 이동과 보행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으나, 보행에 불편이 있는 경우라도 직무에 맞는 배치가 이뤄질 경우 장기 근무 사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고용 현황은 법인별로 상이하나, 남이섬 법인 기준 약 4명이 근무 중이다. 계약직 포함 인력 운용이 촘촘한 편이지만, 직무 적합성이 확인될 경우 추가 채용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출퇴근 과정에서 배를 이용해야 하고 도보 이동 구간이 존재하나, 현재 근무 중인 지체장애인 등 사례를 볼 때 실무 수행에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워커힐은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 세부 직무를 두지 않고, 동일 기준에 따라 현장에 배치한다. 다만 호텔 업장의 특성을 고려해 고객 대면 업무보다는 백오브하우스 중심의 배치가 주를 이룬다. 주요 담당 직무는 임직원 카페테리아에서의 조리·제작 보조, 영업장 후방에서의 식기·반찬 세팅 등 준비 업무다.
담당자는 “현재 즉시 채용 중인 상태는 아니며, 상담자 이력서를 확보해 두고 수요가 발생할 때 연락하는 방식으로 인재 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향후 약 5명 내외 규모로 수요에 연동한 채용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행사장을 메운 구직자들은 이력서를 손에 쥔 채 담당자와 대화를 나눴다. 채용공고 수만큼이나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동과 활동 제약이라는 물리적 조건이 장애인 고용의 현실적인 벽으로 언급됐다.
통근 동선, 야외 활동, 고객 대면 등 물리적 요소가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직무 재설계와 보조공학·보조인력 도입, 지자체의 교통·동선 개선이 맞물릴 때, 관광업의 장애인 일자리는 채용 숫자보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