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는 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국과 독일은 모두 법적 의무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장애인 고용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담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제도적 구조와 실질적 운영 방식, 그리고 그 결과는 상이하다. 두 나라의 사례를 비교하면, 단순한 수치 이상의 제도 설계와 사회적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엿볼 수 있다.
독일은 상시근로자 20인 이상인 사업장에 전체 인원의 5%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할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3.1% 이상의 장애인 고용을 요구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독일이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부담금에서는 차이가 발생한다.
독일에서는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을 경우 직원 1인당 월 최대 360유로(한화 약 53만 원)의 보상금을 납부한다. 고용률이 1~2% 미만인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은 금액을 낸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장애인 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이 직원 1인당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이 직종에 따라 월 2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부담금만 보면 한국이 훨씬 강력한 처벌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질적 상황은 다르다. 독일의 실제 장애인 고용률은 약 4.6%로 법정 기준에 근접해 있으며, 전체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율도 약 56%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장애인 고용률이 2.9%, 참여율은 40% 수준으로, 법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독일은 낮은 부담금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고용률이 더 높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법적 강제성이나 부담금의 액수로 설명되지 않는다. 독일은 장애인을 채용한 기업에 대해 임금 보조금, 근무환경 개선 지원, 직무조정 컨설팅 등 다양한 후속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센터도 전국적으로 운영되며, 직업훈련과 직무 배치를 연계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다. 또한 장애인 일자리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ESG 활동의 일환으로 인식하는 문화도 점차 정착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장애인 고용이 ‘피해야 할 의무’로 인식되거나, 단순 사무보조나 경비업무 등으로 한정된 경우가 많다. 고용 이후에 제공되는 지원도 실효성이 낮거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장애인 고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강력한 부담금만이 아니다. 고용 이후의 안정성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직무 설계, 기업의 사회적 인식 변화, 그리고 제도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독일의 사례는 한국이 단지 숫자를 맞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진짜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