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은 한국이 더 높지만 고용 성과는 독일이 앞서
통계·전문가 분석 통해 본 ‘사후 지원 중심 구조’의 차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법적으로 장애인 고용 비율을 부과하는 제도다. 많은 국가가 이 제도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기 쉬운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한국 역시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고용 성과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독일은 법정 의무고용률 5%에 근접한 고용 성과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법정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격차의 배경에 부담금 수준이 아닌 제도 설계와 지원 체계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독일은 「사회법전 제9권(Sozialgesetzbuch IX)」에 따라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에 전체 인원의 5% 이상을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무고용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장은 미달 인원에 대해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부담금은 고용률 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되며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경우 월 최대 360유로가 부과된다. 반면 일부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더 낮은 수준의 부담금이 적용된다.
한국의 경우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고용률이 적용된다. 2024년 기준 민간기업 의무고용률은 3.1%이며 이를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에는 미달 인원 1명당 월 100만 원대 후반에서 200만 원을 넘는 부담금이 부과된다. 명목상 부담금만 비교하면 한국이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고용 성과는 다른 모습이다. 독일 연방고용청 통계에 따르면 독일 기업의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최근 수년간 4%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며 법정 기준 5%에 근접해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이미 6% 안팎의 고용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반면 한국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 고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등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약 40% 수준으로 조사된다. 법정 기준과 실제 고용 성과 사이에 일정한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같은 차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제도의 핵심이 ‘부담금 수준’이 아니라 ‘지원 구조’에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정책 연구자는 “독일은 부담금을 단순한 제재 수단으로 두지 않고 다시 장애인 고용 지원 재원으로 환류시키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채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 장치가 매우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못한 기업이 납부한 부담금이 장애인 고용 지원 재원으로 활용된다. 이 재원은 각 주(州)에 설치된 통합사무소(Integrationsamt)를 통해 기업과 근로자 지원에 사용된다. 기업이 장애인을 채용할 경우 임금 보조금이 제공되고 직무 적응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도 지원된다. 장애인의 업무 수행을 돕기 위한 보조공학기기 구입 비용이나 작업환경 개선 비용 역시 지원 대상이다.
직무 배치 과정에서도 직업재활 시스템이 작동한다. 독일은 직업재활센터와 고용서비스 기관이 연계돼 장애인의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고 기업과 연결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채용 이후의 지원뿐 아니라 채용 이전 단계부터 직무 설계를 함께 진행하는 구조다.
기업 인식 역시 제도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독일은 장애인 고용을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통합 정책의 일부로 오랜 기간 다뤄왔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사회적 책임과 인적 자원 전략의 한 요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역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제도, 근로지원인 서비스, 직무지도원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활용 과정에서 체감도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장애인을 채용한 이후 직무 적응 지원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복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부담금 제도는 명확하지만 실제 지원 제도는 기업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정책을 연구하는 한 대학 노동경제학 교수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그는 “의무고용제도의 핵심은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채용했을 때 기업이 실제로 경험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독일은 부담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다시 기업 지원과 직업재활 체계에 투입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장애인 고용 정책도 단순한 비율 관리에서 벗어나 고용 유지와 직무 확장까지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실제로 경험하는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직무 설계 단계부터 기업과 함께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때 고용 확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사례는 의무고용률이 높다는 사실보다 그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부담금 수준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고용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인을 채용했을 때 기업이 경험하는 지원 체계와 직무 적응 환경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 제도는 실제 고용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장애인 고용 확대의 열쇠는 숫자가 아니라 제도의 설계와 운영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