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시행됐지만… 소규모 시설은 ‘호출벨’로 대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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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부과도 ‘탄력 적용’ 예고… 장애계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 비판
소상공인·50㎡ 미만 시설 제외, 처벌도 유예… “법 만들고 집행은 안 해”

장애인의 무인정보단말기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가 오늘부터 전면 시행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따라 공공과 민간 모든 영역에서 키오스크를 설치·운영하는 사업자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사업자는 과기정통부 검증 기준을 충족한 기기를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장치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거쳐 법무부의 시정명령과 함께 최대 3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번 전면 시행은 2024년 1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온 제도의 마지막 단계다.

문제는 예외 조항의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바닥 면적 50제곱미터 미만 소규모 근린생활시설과 소상공인 사업장, 소형 제품 설치 현장은 배리어프리 기기 대신 호환 보조기기나 호출벨과 보조 인력 배치로 의무를 대체할 수 있다. 소상공인 기준은 업종별로 다르지만 음식점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에 연매출 10억 원 이하면 해당된다. 실제로 우리 주변 카페와 식당 상당수가 이 범주에 포함된다.

호출벨과 보조 인력 배치라는 대체 수단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소규모 사업장 특성상 인력이 부족한 시간대에 즉각적인 지원이 어렵고 원격 대응이 허용돼 있어 현장 지원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계는 이러한 방식이 장애인 스스로 기기를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처벌 방침도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복지부는 제도 시행 초기 현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해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의무는 발생했지만 실제 처벌은 유예하겠다는 입장으로 법 집행의 실효성을 스스로 낮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같은 영역을 규율하는 디지털포용법과의 차이를 더욱 부각시킨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유형의 장애인이 이용 가능하도록 음성·자막·수어·화면 확대·높낮이 조절 등을 종합적으로 갖출 것을 요구한다. 반면 디지털포용법은 보조 인력 배치나 음성 안내 서비스 중 하나만 선택해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 복지부는 두 법 중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처벌 유예와 광범위한 예외 조항은 사실상 디지털포용법 수준의 느슨한 집행을 예고하는 셈이다.

복지부는 23일 지자체와의 협력회의를 통해 질의응답 자료와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소위원회를 구성해 제도 홍보와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검증 기준 충족 기기 보급률이나 음성 안내 장치 설치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키오스크 이용 환경에서 정보접근권 보장은 기본권 문제라며 제도가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 시행 첫날 현장에서는 실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법은 시행됐으나 장애인의 실질적 접근권 보장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