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점자교육의 출발점 복원… 「로제타 홀 점자 교재」가 던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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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도입에서 ‘훈맹정음’까지
장애인 교육사 되짚는 문화유산 보존의 가치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한국 최초의 한글 점자 교재를 복원하면서, 우리나라 시각장애인 교육의 출발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문화재 보존을 넘어, 장애인 교육의 역사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의 보존처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교재는 로제타 셔우드 홀이 제작한 시각장애인용 한글 학습 자료로, 19세기 말 한국에서 점자 교육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우리나라 한글 점자교육은 외국 선교사에 의해 처음 도입됐다. 1897년경 홀은 뉴욕식 4점 점자를 바탕으로 한글 점자를 고안하고, 초학언문 일부를 점자로 옮겨 교육에 활용했다. 이는 점자가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용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 점자교육은 점차 제도화 과정을 거쳤다. 일제강점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기관이 설립되며 교육 기반이 형성됐고, 1926년 박두성이 발표한 ‘훈맹정음’이 등장하면서 한글 점자의 표준이 확립됐다. 한글의 음운 구조를 반영한 이 체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시각장애인의 문자 생활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복원된 점자 교재는 이러한 흐름의 ‘출발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기름을 먹인 한지를 여러 겹 사용해 점자를 구현한 제작 방식은 당시에도 촉각 인식을 고려한 교육적 설계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단 한 권만 남아 있는 원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희소성 역시 높다.

보존처리 이전 교재는 제본 끈이 끊어지고 종이가 찢어지는 등 심각한 훼손 상태였으나, 연구원은 재질 분석과 복원 과정을 거쳐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점자의 돌출부까지 고려한 이번 복원은 단순한 외형 복구를 넘어 ‘읽을 수 있는 자료’로서의 기능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역사적·교육적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로제타 홀 한글점자 교재」는 소장처인 대구대학교 박물관으로 반환되어 향후 전시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유산의 특성을 반영한 보존처리와 연구를 지속하여,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활용 가능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복원은 문화유산의 범주가 왕실 유물이나 전통 예술품을 넘어, 장애인의 교육과 권리의 역사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글 점자교육의 시작을 담은 유물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장애인 교육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