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보조 삭감·가족 보호자 고용권 박탈 법안 등 논란 속 예산도 삭감

뉴질랜드 정부가 장애인 지원 정책을 잇따라 바꾸면서 장애인 커뮤니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교통비 보조 축소, 접근 가능 주택 공급 급감, 가족 보호자의 고용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 추진까지 변화가 집중되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뉴질랜드 매체 스핀오프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뉴질랜드 의회는 ‘장애인 지원 서비스 법안’을 처음으로 의회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법안의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해 법원 판결이다. 성인 장애 자녀를 돌보는 두 부모가 국가가 고용한 직원에 해당한다는 고용법원 판결이 나왔고, 최고법원인 대법원도 이를 확인했다.
정부는 이 판결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법안 마련에 나섰다. 법안이 통과되면 가족 보호자가 ‘나는 국가가 고용한 직원’이라고 주장하거나, 차별을 이유로 법적 구제를 요청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법안은 지원 예산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권한이 국가에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 옹호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옹호 활동가는 공영방송 RNZ을 통해 이 법안이 자신이 본 것 중 “최악의 법안”이라고 밝혔고, 가족 보호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역겨운 조치”라는 반응이 나왔다. 현재 의회 내 사회복지 및 지역사회 관련 위원회가 법안을 검토 중이며, 4개월 이내에 검토 결과를 의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7월부터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의 택시 요금을 보조하는 ‘토탈 모빌리티’ 제도의 지원 비율이 기존 75%에서 65%로 낮아진다. 베이 오브 플렌티 지역은 최대 요금 상한선도 50달러에서 45달러로 인하된다.
다니엘 반덴버그 ‘Enabling Good Lives Taranaki’ 회장은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타라나키에만 2,183명의 제도 이용자가 있고, 몇 달러 차이가 식료품 구매 여부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삭감 논의에 당사자 커뮤니티가 참여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정말로 2등, 3등 시민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접근 가능한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대폭 줄었다. 뉴질랜드 공영주택 공급 기관인 카잉가 오라는 이번 회계연도에 휠체어 등 장애인이 이용하기 적합하게 설계된 주택을 97채만 짓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도 562채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CCS 장애인 행동의 베티나 심 북부 지역 총괄 매니저는 이번 변화가 “뉴질랜드에서 접근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유일한 측정 가능한 책임 기준을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2026년 예산에서 장애 서비스에 대한 신규 지출은 없었다. 정부는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장애인 담당 부처 예산을 4년간 150만 달러 삭감할 방침이다. 지난 5월에는 복권 수익금으로 운영되는 보조금 위원회가 장애인과 가족의 활동 지원 인력 연결을 돕는 기금도 줄였다.
4월에 장애인이 필요한 장비나 치료를 더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금 사용 규정이 일부 완화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그러나 CCS 장애인 행동은 “마오리와 파시피카 커뮤니티의 불평등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부족하고, 적절한 재원도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안전위원회의 최근 보고서는 장애인이 삶의 전 단계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비장애인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치료·검사 대기 시간이 길고, 정신 건강·동네 병원·치과 치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진 이들과 마오리, 파시피카 커뮤니티의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보고서는 의료 현장에서 장애 관련 전문 인력을 늘리고, 장애인 의료 종사자 고용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장애인과 가족이 치료·돌봄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루이스 업스턴 사회개발·고용부 장관은 이번 일련의 변화가 “공정성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와 지원 단체들은 재정 절감을 위해 장애인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