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유권자 투표보조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를 허용하라는 임시조치를 내렸다. 이 조치는 발달장애인 유권자의 선거권 보장을 위한 법원의 첫 임시명령으로, 향후 모든 공직선거 및 국민투표에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5월 30일, 중증발달장애인 원고 2명이 신청한 임시조치 사건(2025카합20761)에서 “원고들이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모든 선거에서 가족 또는 지명한 사람으로부터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신청인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를 일관되게 거부해왔다며, 차별을 막기 위한 임시조치를 법원에 요청했다. 이들은 2024년 서울중앙지법과 2025년 부산고법의 관련 판결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또다시 차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발달장애인은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이 낮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에 따라 투표하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하다”며 “투표보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임시조치가 내려지기 전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는 일부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이 투표보조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 종로구 사직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유권자에게 기표도장을 칸 안에 정확히 찍는지를 시험하는 절차가 있었고, 통과하지 못하면 투표보조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사례에 대해 장애인 단체들은 “투표를 하러 온 유권자에게 자신의 장애를 증명하라고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한 유권자는 해당 투표소에서 보조를 거부당한 뒤 다른 사전투표소로 이동해 투표를 완료했으나, 투표소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점에 분노를 표했다. 실제로 선관위 직원의 판단에 따라 투표보조 제공 여부가 달라지는 ‘복불복’ 상황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 단체들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세 가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첫째, 사전투표 기간 동안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공개 사과, 둘째, 사직동 투표소에서 있었던 차별적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셋째, 6월 3일 본투표에서는 법원의 임시조치를 즉각 이행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발달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누구나 원하는 후보에게 자유롭게 투표할 권리가 있다”며 “장애를 이유로 한 투표권 침해는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거일이 임박한 만큼, 공정한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