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와 제과제빵에 도전한 이준영·김예진 이야기

2023년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강릉에서 개최되는 제42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두 선수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 대회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465명의 선수들이 모여 40개 직종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겨루는 자리로, 이들은 각자의 장애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한 주인공들이다.
워드프로세서 직종에 출전하는 이준영 씨는 뇌병변 중증장애를 안고 살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뒤 고모의 보살핌 속에 자라며 검정고시로 학업을 이어갔다.
스무 살에 시작한 재활 치료가 맞지 않아 방황하던 그가 컴퓨터를 처음 만난 곳은 경산장애인복지관이었다. 낯선 키보드 앞에서 그는 인생의 두 번째 길을 발견했다. 각종 자격증에 도전하며 자신을 단련했으나, 스물두 살 무렵 어머니처럼 의지하던 고모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긴 은둔의 시기를 보냈다.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불러낸 건 같은 아파트에 살던 또 다른 중증장애인이었다.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며 활동하던 이웃은 준영 씨의 집 문을 두드리며 함께 밖으로 나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거울 앞에서 말라버린 자신의 모습을 본 순간, 그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현재 준영 씨는 장애인 주차 단속 업무에 종사하면서 틈틈이 재활운동과 워드프로세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대회 금메달을 거머쥔 그는 이제 “사람들이 장애가 아니라 기술을 보고 나를 평가한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김예진 양의 무대는 제과제빵이다. 올해 고등학교에 다니는 18살 김 양은 성인 참가자들 속에서 당차게 첫 도전을 완주했다. 그녀가 제과제빵에 빠져든 건 단 한 편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밀가루 반죽이 마들렌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고 “마법 같다”고 느꼈던 순간이 진로의 시작이었다.
목회자인 아버지의 홈스쿨링으로 다양한 활동을 접했지만 쉽게 싫증을 내던 성격은 빵 앞에서 달라졌다. 계량과 반죽, 발효의 반복 과정에서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특성화 특수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제과제빵을 배우게 된 김 양은 학교의 권유로 기능경기대회에 도전했다.
성인과 경쟁하는 무대는 큰 부담이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는 각오로 밤마다 케이크 사진과 베이킹 영상을 찾아보며 연습을 거듭했다. 충남대회 참가 후 학교는 작은 축제의 장이 됐다. 교장은 참가 학생들을 위해 레드카펫을 준비했고 전교생은 박수로 맞았다.
김 양은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전국대회를 앞두고 다시 오븐 앞에 선다.
이들에게 대회는 단순한 기술 경연장이 아니라,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도전이 사회적 편견을 허무는 현장이 되고 있다. 한쪽은 키보드 위에서, 다른 한쪽은 오븐 앞에서 땀을 흘리며, 이준영 씨와 김예진 양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