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계단뿌셔클럽·모두의 산책…민관 협업 통해 이동권 조사 방식 전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민간 기술 기업과 공공기관이 함께 추진해 온 ‘3대 접근성 사회공헌활동’을 올해 마무리했다.
공단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시시각각 프로젝트’, ‘계단뿌셔클럽 챌린지’, ‘모두의 산책 프로젝트’를 통해 총 4만5000여 건의 접근성 데이터를 모았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단순 봉사활동 중심이던 기존 사회공헌 구조를 ‘데이터 기반 공공자산’ 축적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단은 최근 몇 년간 교통약자 도보 내비게이션 구축을 장기 과제로 삼아 전국 단위 빅데이터 수집 활동을 이어 왔다. 지난해에도 사회복지, 환경, 문화 등 4000여 회의 직원 참여형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했고, 그중 이동권 개선 사업인 시시각각·모두의 산책 프로그램을 핵심 축으로 운영했다. 이번에 확보한 데이터는 기존에 실내 시설 중심으로 수집되던 접근성 정보를 상가, 카페, 공원 등 생활·여가 공간으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공단은 구축된 데이터를 공공데이터로 연계해 민간 서비스와 정책 기획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3대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시시각각 프로젝트’는 건물 접근 경로 정보를 모으는 활동이다.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이용자가 건물 입구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출발해 2022년 시작됐다. 올해는 우체국물류지원단을 비롯한 21개 공공기관 임직원이 참여해 건물 출입구, 엘리베이터, 보행 장애물 등을 촬영한 사진 3만4956건을 수집했다. 이 데이터는 인공지능 식별 기술과 장애인 당사자 검증을 거쳐 무장애 도보 내비게이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공단은 4년간의 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공·민간·지자체 50여 개 기관과 협업을 확대하고, 그동안 정책 사각지대였던 실외 접근 경로 정보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첫선을 보인 ‘계단뿌셔클럽 챌린지’는 MZ세대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앱 플레이’ 방식의 사회공헌을 도입했다. 공단은 사단법인 계단뿌셔클럽, 한국마사회와 협력해 2030 세대의 생활권인 맛집과 카페 접근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125명의 참여자가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성과를 공유하고 경쟁하며 4주 동안 6905건의 데이터를 모았다. 계단으로 인해 매번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동약자에게 ‘갈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지도로 활용될 전망이다. 공단과 두 기관은 접근성 정보 확충을 위한 3자 사회공헌 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여가 공간 접근성을 다룬 ‘모두의 산책 프로젝트’도 주목된다. 성남시공공기관협의회 소속 6개 기관과 트레블테크 기업 휴플이 참여해 성남시 주요 공원의 경관, 진입로 경사도, 장애인 화장실 등 이용 편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기록했다. 야외 공간에서의 접근성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이번 프로젝트로 3068건의 기록이 신규 구축됐다. 공단은 이를 토대로 ‘도심 공원 접근성 지도’를 제작하고 시민이 많이 찾는 여가 공간의 접근성 사각지대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전국 공공기관과 민간 기술 기업이 함께하면서 생활 전반의 접근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동권과 여가권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 디자인과 사회공헌 모델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장애인, 고령자, 유아차 이용자 등 이동약자가 인구의 상당 비중을 차지해 접근성 데이터가 도시 인프라의 품질을 좌우하는 자료로 평가된다. 공단은 이번에 축적된 데이터를 공공데이터, 내비게이션, 지방정책 등과 연계해 사회공헌 활동이 ‘보이는 봉사’에서 ‘축적되는 자산’으로 전환되는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