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일본·유럽 등 각국 기념행사 통해 인권 가치 재확인

매년 12월 3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이다. 올해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장벽을 넘어 모두가 동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각국의 장애인 정책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의 포용 사회를 그리는 현장을 짚어본다.
‘세계 장애인의 날’은 1982년 12월 3일 제37회 UN 총회에서 ‘장애인에 관한 세계 행동 계획’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여, 1992년 공식 선포되었다.
이 날의 핵심은 장애 문제를 ‘자선’의 관점이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이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임을 재확인하는 날이다. 2025년 올해의 화두 역시 ‘사회 발전의 중심에 장애 포용을 두는 것’으로, 장애인이 수혜자가 아닌 변화를 이끄는 당사자임을 강조했다.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는 3일 당일, 전 세계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식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장애인 리더십의 확산’이었다. 미네소타 등지에서는 유명 리얼리티 쇼 출연자들이 참여한 ‘회복탄력성과 포용’ 웨비나가 열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장애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연합(EU)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유럽 장애인의 날 컨퍼런스(EDPD)’를 개최 중이다.이곳에서는 실질적인 정책 논의가 주를 이룬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순서는 ‘2026 접근성 도시상(Access City Award)’ 시상식이다. 장애인이 살기 편리한 도시 환경을 조성한 지자체를 선정하는 이 상은, 유럽 전역의 도시들이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구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은 실용적인 ‘고용 모델’ 홍보에 집중했다. 중국 국영 언론들은 장쑤성 타이창에 위치한 ‘인클루전 팩토리(Inclusion Factory)’를 집중 조명했다. 지적 장애인들이 자동차 부품 생산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이곳의 사례를 통해, 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실질적인 생산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 접근성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일본은 12월 3일부터 9일까지를 아예 ‘장애인 주간’으로 지정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도쿄에서 열린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의 열기를 이어받아 스포츠와 예술을 결합한 행사가 눈에 띈다.오는 6일 도쿄 미나토구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대규모 마켓과 시각장애 체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JAL 등 주요 기업들도 이 기간을 ‘마음의 배리어 프리 주간’으로 정하고 대고객 캠페인을 펼치며 사회적 인식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세계 각국이 전하는 메시지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같은 날을 기념하는 의미는 하나이다. 다 함께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의 날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