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보편적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 필요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수용(Disability Acceptance)’은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장애를 인정한다’는 차원을 넘어, 장애로 인해 달라진 삶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심리적·사회적 태도를 포함한다.
전혜영 부산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팀은 논문 ‘장애 정도에 따른 장애수용, 자아존중감과 우울 간의 구조적 관계’를 통해 장애 정도에 따른 구조적 차이를 연구했다.
이 연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의삶 제5차 패널데이터’에 참여한 4,904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주요 변수로 장애수용 12문항, 자아존중감 10문항, 우울 11문항으로 구성했고, 성별, 연령, 학력, 일상생활 스트레스를 통제변수로 두었다.
연구결과 장애수용 수준이 높을수록 우울 수준은 낮게 나타났으며, 자아존중감은 이 과정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애 정도를 고려하면 경증장애 집단에서는 장애수용이 우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자아존중감을 매개했을 경우에만 우울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중증장애에서는 장애수용이 직·간접적으로 우울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전혜영 교수는 “장애수용이 장애인의 심리적 적응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며 “본 연구를 통해 장애 정도에 따른 차이를 규명한 만큼 장애인의 정신건강 지원 정책과 상담,심리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을 주도한 이수용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연구위원은 “본 연구는 장애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의학적 손상 수준으로만 설명하기보다 심리적 보호 요인과 자아존중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 실천적 의의가 크다”며 “장애 정도를 구분하기 보다는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보편적 정신건강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