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9)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변화에 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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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수용 수준이 낮고 교류하는 사람이 적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우울이 악화

<사진=AI Chat gpt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변화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개인의 심리·사회적 요인이 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율하등 총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동안 꾸준히 1인 가구로 생활한 장애인 689명을 대상으로 성장혼합모형을 적용해 우울 변화의 경로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우울 수준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집단 내에 상당한 이질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됐다. 초기 우울 수준이 낮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저수준 감소 집단’,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시작해 변화가 거의 없는 ‘중간수준 유지 집단’, 그리고 초기부터 높은 수준을 보이며 시간이 갈수록 우울이 더 심화되는 ‘고수준 증가 집단’이다.

또한 각 유형에 속할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인도 함께 도출됐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경우에는 저수준 감소 집단보다는 중간수준 유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장애수용 수준이 낮고 가까이 교류하는 사람이 적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우울이 악화되는 고수준 증가 집단에 포함될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문제가 단일한 패턴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나타낸다. 개인의 심리적 특성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과 경제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의 경로를 결정짓는 만큼, 정책 역시 유형별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우울 수준이 높은 집단일수록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조기 개입과 지속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율하 연구원은 “우울이 조기에 발견되지 않을 경우 만성적 우울 혹은 더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사회 연결 등을 통한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이 1인 가구 증가 추세 속에서 장애인의 정신건강 정책을 재정비하는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지역사회 기반의 정서 지원, 경제적 취약층을 위한 보완 대책, 관계망 확대 프로그램 등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예방과 완화를 위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며, 향후 복지 서비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