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관리와 조직의 신뢰가 만든 ‘지속 가능한 일터’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재단법인 기빙플러스 매장에는 오늘도 밝은 인사가 울려 퍼진다. “안녕하세요, 기빙플러스입니다.”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입사한 한혜린 씨는 이제 매장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입사 초기와 달리, 현재 그는 판매와 진열, 청소, 고객 응대까지 맡으며 2년여 근속을 이어가고 있다.
주미라 매니저는 업무 속도를 조율하며 작은 변화도 함께 살폈다. 계산대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일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렸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보내며 반복적으로 격려했다. 그 결과 한 씨는 점차 자신감을 회복했고, 현재는 적극적인 고객 응대로 매장에서 ‘영업왕’으로 불리고 있다.
한혜린 씨는 취업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자기관리를 꼽았다. 하루 4시간 근무 후 상담과 약물 관리, 반려견과의 산책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가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구매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경험이 없던 그는 이제 고객으로부터 “제품 추천을 잘한다”, “친절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장했다.
전략기획팀 윤여원 팀장은 기빙플러스의 운영 방식이 ESG 경영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이월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기부받아 판매함으로써 폐기물을 줄이고, 매장 운영 과정에서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빙플러스는 2025년 서울특별시 환경대상을 수상했다.
기빙플러스는 매장 인력의 일정 비율을 장애인과 취약계층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채용 과정에는 현장 매니저가 직접 참여한다. 윤 팀장은 “정해진 의무고용 비율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성이 보이면 기회를 제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그러한 문화가 한혜린 씨가 장기근속 할 수 있는 배경이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향후 과제로 5년 이상 근속자 확대를 제시했다. 이미 일부 직원은 5년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 기빙플러스가 ‘머무를 수 있는 일터’로 자리 잡았다는 상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직원들이 안정감과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빙플러스는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장기근속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상담과 교육, 여가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해 장애인 근로자의 직장 적응과 근속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의 신뢰와 제도적 지원이 맞물린 기빙플러스의 시도가 장애인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넓히는 사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