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구리처럼 세상을 몰랐지만, 이젠 나갈 시간”

image_print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대상 양진영 작가 인터뷰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양진영 작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 고용 플랫폼 기업 WE하다가 주최하고, 장애 예술가 플랫폼 SDAM과 장애인일자리신문이 공동 주관한 제2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에서 청각장애인 양진영(21) 작가가 대상을 받으며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수상작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는 주제 ‘나의 하루’를 기반으로, 낯선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개구리를 통해 작가 자신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2004년생인 양 작가는 생후 15개월에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일반 초등학교에 다녔지만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늘 외로움을 안고 살았다. 이후 경기도 평택의 특수학교 에바다학교로 옮겨 방과후 활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작품 제목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양 작가는 “개구리처럼 이 세상을 잘 모르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모르는 세상에는 해치는 사람도 있고,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괴롭히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제일 두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두려움을 이겨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굳이 두려움을 억지로 믿을 필요는 없다. 가장 믿어야 할 쪽은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일반 초등학교 시절, 양 작가에게 세상은 좁고 외로운 곳이었다.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너무 적어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놀이에서도 자연스레 배제됐다. 중학교 진학 후 특수학교로 옮겼지만 사춘기를 거치며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켰다. “밖에 나가면 위축되고, 비장애인들을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하고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고 그는 돌아봤다.

전환점이 된 건 방과후 미술 활동이었다. 그리고 첫 공모전 대상 수상이 자존감을 되살렸다. 이후 전공과 제과제빵과에 진학해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국 장애인 바리스타 대회에서도 수상하며 조금씩 세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공과에 들어간 후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환경과 일상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두려움과 불안감이 줄었다”고 했다. 지금 자신에게 남은 특별한 감정을 그는 “느긋하고 자유로운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작품에는 무지개 해파리 지네, 분홍 긴털 선인장, 우주적인 여왕개미 등 기묘하고 독창적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끝없는 창의성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그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중 애착이 가는 존재를 묻자 지네를 꼽았다. “몸이 길고 다리가 많아서 자유분방하고 편할 것 같은 캐릭터”라고 했다.

양진영 작가의 대상 수상작 ‘세상을 모르는 개구리’ 붓과 주사기를 이용한 독특한 화법과 강렬한 색채감으로 주목받았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두려움이 어느 순간 다른 감정으로 바뀌는 지점도 작품에 담겼다. 작가는 “개구리가 세상을 무섭다고 착각했지만, 막상 밖을 보다가 신비롭고 기괴하고 예술 같은 광경을 접하게 됐다”고 했다. “너무 신기하고 무섭지만 아름다워서,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양 작가의 전작 ‘기묘한 짐승들의 삶’은 강렬한 주황색 호랑이 등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JW아트어워즈에서 수상한 바 있다. 동물을 즐겨 그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춘기 때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강해서 동물들로 대신했다”고 털어놓았다. “동물과 곤충의 세계에는 그들만의 질서와 공존, 그 안의 평화로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에게 동물은 소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열심히 살고, 고통스럽게 살고, 고난을 버티는 생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그린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라는 현실보다 더 무거운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고 싶었다는 것이다.

화법도 독특하다. 양 작가는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잦아 주사를 많이 맞았다면서 “그 주사기로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생각해 작업해봤다”며 “붓과 주사기를 아무거나 쓸 수 있는 자유분방한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상 수상에 대해 양 작가는 “솔직히 대상을 받을 생각을 못 했다. 또 대상을 받으니 매우 깜짝 놀랐다”며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이제 개구리는 대상을 받은 이상 밖으로 나와서 세상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구상 중인 작품도 이미 여럿이다. ‘김밥머리소년’, ‘부모를 잃어버린 곰과 나의 왕’, ‘세상을 불신해버리는 기린의 삶’ 등이다. 양 작가는 “영감을 모아서 아름답고 깊은 공감이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편, 수상작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 더 블룸(THE BLOOM) 2026’을 통해 관람객과 만났다. 11~12층과 일부 17~18층에 걸쳐 마련된 68개 이상의 부스에 70여 개 갤러리, 300여 명의 작가 작품 1000점 이상이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