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4명 중 1명 1인 가구…관계의 단절이 삶의 질까지 위협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변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적인 데이터로 추적하며 구조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본지는 장애인 삶 패널조사 연구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이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현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고용, 소득,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삶의 지표를 분석하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새로운 복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관계의 단절과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가구의 26.6%가 1인 가구로 나타났다. 2011년 17.4%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장애인 4명 중 1명 이상이 혼자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혼자 사는 장애인이 늘고 있지만 사회와 연결되는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삶패널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전체의 54.29%에 그쳤다.
활동 유형별로는 친목활동 참여율이 36.63%로 가장 높았고 여가·레저 활동은 22.19%, 종교활동은 20.48%였다. 자원봉사 활동은 3.36%, 정치·단체 활동은 1.35%에 불과했다.
대인관계 네트워크 역시 넓지 않았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이 2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25.62%로 가장 많았고, 3명은 19.87%, 1명은 11.21%였다. 아예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장애인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이동의 제약과 취업 기회 부족, 사회적 편견 등이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2023년 기준 10점 만점에 5.63점에 머물렀다. 특히 정신장애인은 4.51점, 뇌병변장애인은 4.95점으로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 수준만이 아니다”라며 “지역사회 모임, 문화활동, 평생교육, 장애인 자조모임 등 사회적 연결을 지원하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고립은 외출과 사회참여 감소로 이어진다. 장애인들은 여전히 여가활동과 외출 과정에서 상당한 제약을 경험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일수록 어려움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 현장에서는 독거 장애인의 증가가 고독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정부의 고독사 실태조사에서도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한 1인 가구가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장애인 정책이 소득 지원을 넘어 사회적 관계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가구 형태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