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은 예산 반영 촉구, 정부는 재정원칙 강조
서울시의회는 제도화 추진, 서울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운영 방식에 이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4년 넘게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73차례를 끝으로 중단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시위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부터 지하철 탑승 행동을 이어오며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예산 반영을 요구해 왔다. 이번 중단 결정 역시 요구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조례 개정을 계기로 정치와 행정이 예산과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서울시의회가 추진하는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조례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관련 조례 개정을 주요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조례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과 노동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이후 서울시와 정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전장연의 시위 중단 결정을 환영했다. 박 장관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돌봄과 소득보장 강화에 필요한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예산은 집회나 시위의 강도와 관계없이 정책적 필요성과 사업의 타당성, 재정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입장은 장애인 정책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시위 중단과 예산 편성을 직접 연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전장연이 장애인권리예산의 반영을 요구하는 데 대해 정부는 개별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검토한 뒤 예산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을 조례로 명문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을 단순한 ‘편의’가 아닌 ‘권리’로 규정하고, 서울시가 폐지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이 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고 장애인 인식개선과 문화·예술, 권익옹호 활동 등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전장연은 기존 노동시장에서 일하기 어려웠던 최중증장애인에게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라고 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취지보다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사업 참여자들의 활동 가운데 집회·시위·캠페인 비중이 높았고 수행기관이 일부 단체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어, 공공일자리의 직무 범위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조례안에 포함된 장애인권리협약 홍보와 이행 촉구 활동의 범위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해당 표현이 집회나 시위 참여까지 공공일자리의 직무로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시는 장애인 인식개선과 권익옹호라는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직무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이에 대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단순히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는 일자리로 보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 협약 이행을 점검하며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 역시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쟁점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재도입 여부뿐 아니라 어떤 활동을 공공일자리의 직무로 인정할 것인지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예산 편성과 함께 직무 기준, 수행기관 선정, 사업 관리와 예산 집행 방식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