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그림”…시각장애 예술가 6인, 촉각 전시로 안부 건네

image_print

에이블라인드 ‘안부’ 전시, 10월 3일부터 서울스퀘어 모두미술공간서

자연을 통해 관객에게 안부를 건네는 박환 작가의 작품 ‘휴식’(2023) <사진=뉴키즈인베스트먼트 제공>

시각장애 예술가 6인이 손으로 만지며 감상하는 전시를 연다.

에이블라인드는 제6회 시각장애 예술인 전시회 ‘안부 – 보이지 않는 안부를 묻다’를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별관 5층 모두미술공간 전시실1에서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전시에는 박환, 정은교, 한영희, 유진, 최경은, 허은빈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자연과 관계를 통해 얻은 위로를 작품 40점에 담았다. 이 가운데 25점은 관람객이 직접 만지며 감상할 수 있는 촉각 작품이다.

참여 작가 대부분은 생활 중 시력을 잃었다. 이들은 나무 아래를 걸을 때 들리는 잎 소리, 아침 까치 소리, 파도 소리에서 위안을 얻어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그 위로를 관람객에게 되돌려주는 자리로 마련됐다.

출품작은 평면 위에 재료를 쌓아 올려 표면에 요철을 만드는 부조적 회화 형식을 취한다. 박환 작가는 캔버스에 흙과 실, 청바지 조각, 나무껍질을 올려 산과 폭포를 표현했다. 정은교 작가는 검게 칠한 점자지에 거즈를 감은 빨대를 붙이고 한지와 실리콘으로 물고기 비늘을 만들었다. 한영희 작가는 코스모스와 제부도 가는 길, 남해 바다를 그렸고, 유진 작가는 야광 물감으로 바다의 잔상을 표현했다. 최경은 작가는 점자의 여섯 점에서 출발한 도자 작품을, 허은빈 작가는 캔버스에 점토를 쌓아 형상을 세운 뒤 색을 입힌 작품을 낸다.

전시가 열리는 모두미술공간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운영하는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전시장이다. 서울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으며, 주 출입구는 점자블록과 자동문을 갖춰 단차 없이 드나들 수 있다. 이곳에는 색약 관람객을 위한 색보정 안경과 필담 노트, 큰 활자본·점자 안내서를 갖춘 ‘접근성 테이블’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이번 전시의 촉각 관람 방식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접근성 장치가 함께 운영된다. 바닥에 설치된 입체 가이드라인을 따라 동선을 이동할 수 있고, 작품 캡션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자막과 음성 해설, 작품 묘사를 담은 배리어프리 해설 영상을 볼 수 있다. 전시장은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장애인 화장실과 전동 휠체어 충전기, 심신 안정실을 갖췄다. 점자 리플릿도 비치된다.

주최사인 에이블라인드의 양드림 대표는 “그동안 시각장애 예술가들은 주변에서 물어와 주는 안부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한다”며 “이번에는 작가들이 그 받은 따스함을 되돌려주려고 한다. 손끝으로 작품을 읽고,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람객도 안부를 전할 수 있다. 오늘의 감정을 돌아본 뒤 자신에게 건네는 안부 편지를 받아 갈 수 있고, 엽서에 주변 사람에게 보내는 안부를 적어 전시장 우체통에 넣으면 에이블라인드가 대신 발송한다. 전시 인쇄물은 초대장부터 리플릿까지 편지와 엽서 형태로 제작됐다.

개막일인 10월 3일 오후 3시에는 오프닝 파티 ‘작가와 안부를 묻다’가 열린다. 작가 인터뷰 영상 상영에 이어 작품 묘사만 듣고 어떤 작품인지 맞히는 ‘작품 묘사 퀴즈’가 진행된다. 참여 작가 6인은 두 차례에 나눠 관람객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열 글자로 안부를 건네는 ’10글자의 안부’와 단체사진으로 순서를 마무리한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작가 도슨트와 자유 관람이 이어진다.

전시 기간에는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현장 도슨트도 운영된다. 참석 작가 일정은 에이블라인드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5시 30분에 마감한다. 일요일은 휴관하고 관람료는 무료다.

에이블라인드는 2021년부터 시각장애 예술가의 활동을 지원해온 시각장애 예술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다. 2023년 ‘검은색 사랑’과 ‘물의 색’, 2024년 ‘나의 모든 순간’, 2025년 ‘달찮은 하루’ 전시를 열었다. 이 단체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 예술분야 초기창업 지원사업’ 선정기업으로, 이번 전시는 해당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뉴키즈인베스트먼트가 이 사업의 액셀러레이터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