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해도 또…” 장애인 재학대 4배… 피해 10명 중 7명 ‘발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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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접수 매년 늘지만 인력·예산 제자리… 피해자 1명당 지원 횟수 오히려 감소
신고 의존형 구조 고착…본인 신고 늘었지만 사후지원 역량은 제자리

ai로 생성한 일러스트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 학대 신고가 매년 가파르게 늘며 ‘구조적 인권 재난’ 수준에 도달했다. 정부의 장애인 보호 체계가 신고 건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피해 장애인들은 더 적은 상담과 지원을 받는 ‘공공 보호의 후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발표한 ‘2024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학대 신고는 6,031건으로 전년(5,497건) 대비 9.7% 증가했다. 2019년(4,376건)과 비교하면 5년 사이 37.8% 급증한 수치다. 연평균 6.6%씩 신고가 늘어나는 동안, 학대 확정 사례 역시 지난해 1,449건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는 우리 사회 장애인 학대가 특정 계층에 집중된 ‘타격형 범죄’임을 증명한다. 2024년 학대로 확정된 피해자 중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비중은 71.1%로, 지난 10년간 70%대를 유지하며 ‘고정된 위험군’임을 보여준다.

연령별로도 30대 이하가 전체 피해자의 63.5%를 차지했다. 등록장애인 인구 대비 학대 발생 건수를 대입하면 발달장애 청년과 아동이 겪는 학대 노출 농도는 일반 장애인보다 월등히 높다. 전문가들은 “보호와 의사소통이 취약한 계층이 학대의 1차 타깃이 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것은 ‘반복되는 지옥’이다. 2024년 재학대 사례는 189건으로 5년 전(49건)보다 3.9배 늘었다. 전체 학대 확정 사례 대비 재학대 비율은 13.0%다. 이는 아동학대 재학대율(약 15.9%)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로, 장애인 학대 역시 아동학대처럼 ‘상시적인 재피해 구조’ 속에 놓여 있음을 방증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회적 안전망은 헐거워지고 있다. 학대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지원 횟수는 지난해 1만 6,514회로 전년 대비 3.6% 줄었다. 학대 확정 사례가 1,449건임을 감안하면, 피해자 1인당 평균 지원 횟수는 약 11.4회에 그쳐 전년(약 12.1회)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구조의 근본적 허점은 ‘신고 의존성’에 있다. 전체 신고 경로의 79.1%가 제보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사기관의 인지는 12.0%에 불과하다. 현장을 적극적으로 포착하기보다 외부의 고발을 기다리는 수동적 체계가 유지되는 셈이다.

신고 건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인권옹호기관이 사건 당 감당해야 할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정작 피해자에게 돌아갈 심리치료와 주거 지원 등 실질적 회복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는 악순환이다.

학대 피해 장애인 지원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 전문가는 “신고 10% 증가, 지원 3.6% 감소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 인권 감수성의 현주소”라며 “피해자별 조력인 확대와 상시 감시 체계 도입 등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는 늘어나는 통계 속에서 피해자들의 고통만 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