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특집 기획] 편견의 가격 上-장애인 배제가 만든 14조 원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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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 외면이 남긴 사회적 청구서 14조 원
미고용에 따른 복지·의료비 지출 급증…고용은 경제 선순환의 열쇠

장애인의 생산성이 낮을 것이라는 막연한 통념이 연간 14조 원을 상회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장애로 인해 우리 사회가 부담하는 직접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 비용은 2018년 기준 연간 1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1년 국립재활원이 산출했던 11조 1366억 원에서 크게 불어난 수치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 고용을 외면할수록 공동체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구직 상담 부스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김모 씨는 “능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며 “면접장에서 마주하는 편견 섞인 질문들이 취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의 장벽은 장애인 고용률을 법정 의무고용률에 못 미치는 3.21% 수준에 머물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주목할 것은 편견이 고용 경험의 유무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장애인고용공단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 경험이 있는 기업은 2019년 2.62점에서 2024년 2.47점으로 장애인 생산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꾸준히 낮아졌다. 반면 미고용 기업은 같은 기간 3.01점에서 3.09점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고용해 보지 않은 기업일수록 편견이 강해지고, 편견이 강할수록 고용을 회피하는 악순환이 숫자로 확인되는 셈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인식이 장애인 개인의 좌절을 넘어 국가 재정의 심각한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장애인이 노동 시장 밖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지 지출과 의료비는 동시에 불어나는 구조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분석한 결과 2020년 장애인 진료비 총액은 11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간병비와 생산성 손실을 제외한 순수 의료비만으로도 이미 10조 원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 미고용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액이 2022년 기준 9조 7000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만약 장애인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0% 수준까지 향상된다면 연간 3조 원 내외의 세수 증대와 사회보험 수입 증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장애인 고용 확대가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입증하는 데이터다.

‘편견의 가격’은 부담금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4년 기준 민간부문 장애인 고용률은 3.03%로, 법정 의무고용률 3.1%에 미달하고 있다. 공공부문이 의무고용률 3.8%를 넘어선 3.9%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의무를 대신하는 관행도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장애인 고용률이 2019년 2.7%에서 2023년 2.2%로 오히려 하락하는 동안 같은 기간 부담금으로만 297억 6300만 원을 납부했다. 경기도교육청이 2026년 납부해야 할 부담금은 39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돈이 장애인 고용에 쓰였다면 거뒀을 생산성과 세수 효과를 생각하면, 부담금은 회피 비용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손실이다.

반면 장애인의 사회 참여는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분석에 따르면 장애인이 정기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할 경우 1인당 연간 약 21만 5000원의 의료비가 절감된다. 이를 장애인 인구 전체에 적용하면 사회경제적 효과는 1조 4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일자리를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 자체가 건강 증진과 의료비 감소라는 연쇄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은 정부 보조금 수혜자에서 세금 납부자로 역할이 바뀐다. 보건복지부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이 취업할 경우 복지 의존도는 평균 25% 줄고 소득은 20%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으로 얻은 소득은 다시 소비 확대로 이어져 내수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은 시혜적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부를 증대시키는 경제 선순환의 시작”이라며 “고용이야말로 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최고의 복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할 무거운 비용으로 돌아온다.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생산 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장애인이 일터로 나올 때 사회적 비용은 줄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