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이고 완전한 탈 시설 vs 맞춤형 돌봄체계 구축, 대립이 아닌 통합형 해결책 마련이 시급-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금 뜨겁다. 장애인 단체들은 ‘전면적인 완전한 탈시설’을 요구하고 있고, 국가권익위원회는 ‘맞춤형 돌봄 체계 구축’을 권고하고 있다. 두 입장은 언뜻 대립적으로 보이나, 그 이면에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공통의 목적이 존재한다.
장애인 단체가 주장하는 전면적 탈시설은,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집단 수용시설에서 벗어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중심에 둔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역시 탈시설을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이 방향은 궁극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통합의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반면, 국가권익위가 권고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은 당장의 전면적 전환보다는 다양한 장애 특성과 개인의 선호를 고려한 점진적 접근을 제안한다.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서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는 오히려 장애인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설 거주를 선호하거나 지역 돌봄체계에 적응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보호 장치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입장이 현실 속에서 균형 있게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탈시설이 인권의 관점에서 타당하다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인프라와 맞춤형 지원체계가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반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내세운다고 해서 기존의 시설 중심 체계를 고수하거나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탈시설과 맞춤형 지원은 양립 불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속선상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의 거주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지역 기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설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진정한 선택권은 선택 가능한 조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