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기엔 난쟁이지만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서 있다

(사진출처 : 장애인일자리 신문)
2025년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문화 중심지로 떠오른 성수의 한 공연장에서 ‘장애아티스트 리얼타임 토크쇼, 진짜 우리 이야기’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2025 이음 예술창작 아카데미 모두의 과정 일환으로 마련돼 저신장 장애인 배우 신강수와 시각장애인 작곡가 임채섭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예술 활동과 삶의 이야기를 관객과 나누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평면보다 낮게 설계된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무대 중앙에는 키 132센티미터의 배우가 서 있었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시작한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그가 훨씬 거대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신강수는 작지만 울림이 큰 서사를 전하는 공연예술가로, 연극과 스탠드업 코미디, 창작 희곡 등 다양한 무대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1인 극단 ‘예술난장 걍’을 운영하며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은 어른의 고백]과 에세이 [132cm 사용설명서]로 독자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강연에서 “남들이 보기엔 난쟁이지만 지금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서 있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키가 줄어드니까요”라고 말하며, 작은 키에 대한 편견을 유머로 넘어서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특히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당선자 없음]에서 실존 인물 윤길상의 역할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늘 작은 키와 관련된 배역만 맡아야 했던 그는 “난장이, 드워프, 먼치킨 같은 역할뿐이었지만 이번에는 장애와 무관한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재 그는 연극 [옥상의 카우보이] 전국 순회 공연을 이어가며 “키가 아닌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무대에 함께 오른 시각장애인 작곡가 임채섭은 음악으로 세상과 연결된 자신의 여정을 들려주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 교사의 폭력으로 한쪽 눈을 실명한 데 이어, 나머지 시력도 점차 잃어 현재는 색채만 희미하게 인식할 수 있다. 사춘기 시절의 방황 끝에 리코더 연주로 재능을 발견한 그는 음악 전공의 길로 나아갔다. 상경 후에는 비장애인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생활을 이어가야 했으나, 첨단 장비의 도움으로 작곡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소녀시대, 엑소, 샤이니, 보아 등 국내 대표적인 K-pop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며 입지를 다졌고, 자신이 결성한 그룹 [티스푼]과 함께 전국 순회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임채섭은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라면 활동의 폭이 넓어져 전국을 돌며 공연할 수 있습니다. 티스푼으로 요리를 조금씩 완성하듯 다양한 재능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멋진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예술가로서 장애를 넘어선 두 사람의 진솔한 목소리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번 토크쇼는 오는 9월 세 번째 무대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