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꼭 필요
신청 후 1년을 대기하기도…

동화속에서 키다리아저씨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고아 소녀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현실속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성인 발달장애인의 후견인들이다.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면서 발달장애인도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2015. 11.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에 근거하여 공공후견 지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병원 진료, 관공서 민원, 은행업무등 평범한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가 발달장애인에게는 넘어야 할 숙제이다. 이런 모든 일들의 뒤에 후견인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다.
공공후견지원사업이 운영 10여 년을 지나며 제도적 성과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공공후견인 양성과 배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제도가 삶의 변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현재 공공후견인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주로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지역사회 활동 경험이 있는 일반 시민 등 다양하다. 이들은 법률적·행정적 대리뿐 아니라 병원 동행, 작은 재정관리, 정서적 지지 등 피후견인의 삶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각 지역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는 꾸준히 교육과 정기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나 후견인의 실제 업무는 표준화된 지침보다 훨씬 넓고 복잡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일부 후견인은 “처음에는 봉사 정신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활동은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복합적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후견인의 역할과 권한은 법적으로 정해진 틀이 있지만, 시설 종사자나 가족과의 조율 과정에서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이 시설의 운영 방식이나 보호자의 기대와 충돌할 경우도 있고, 후견인이 법적 권한을 실질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후견인의 무거운 책임에 비해 처우나 전문적 지원체계는 충분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지역별 후견인 수급의 편차가 큰 상황에서 한 명의 후견인이 여러 명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자체나 기관등에서 간담회, 토론회, 후견인 모임 등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시설 중심의 지원 구조에서 벗어나 피후견인의 개별 욕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의 후견체계 구축이 강조되고 있다. 후견인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행정 절차 정비와 지자체의 책임성 강화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공공후견인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담당자는 “발달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후견인 활동을 시작하신 분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후견인들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등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후견지원사업은 후견인의 헌신과 노력으로 그 효과는 서서히 자리 잡고 있으나,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경험을 반영한 정비가 필수적이다. 후견인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고 피후견인의 삶을 세밀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 공공후견제도는 비로소 발달장애인의 실질적 권리 보장 장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