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표준사업장, 성폭행에도 적발 2년 3회는 넘어야 인증 취소…뒤늦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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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발생 인천 장애인 표준사업장, 3년간 공단 현장 점검에도 ‘특이사항 없음’

지난 7월 21일 인천광역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와 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지적장애여성 성폭력 가해자 장애인 표준사업장 전 간부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 제공>

인천의 한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70대 임원이 20대 지적발달장애 여성 노동자를 성폭행해 출산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업장은 정부로부터 설립·운영 자금을 최대 10억 원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 하나로는 인증이 취소되지 않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내부 규정상 인증취소 요건이 “2년 이내 3회 이상 중대한 인권침해 적발”이기 때문이다.

노동부와 공단은 사건 초기 “인권침해에 해당하나 인증취소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론이 들끓자 그제야 인증취소 절차 착수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발표했다.

이 사업장은 최근 3년간 세 차례(2024년 9월·10월, 2025년 5월) 공단 현장점검을 받았다. 결과는 매번 ‘특이사항 없음’이었다. 그사이 피해자는 임신하고 출산했다.

2년 내 3회 기준은 법률이 아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내부 규정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대한 지원업무 처리규칙’ 제11조 제1항 제3호에 불과하다. 상위법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는 처벌 횟수 규정 자체가 없다.

2년이 지나면 적발 횟수는 리셋된다. 사업주가 시정조치만 따르면 연달아 두 차례 성범죄를 저질러도 인증은 유지된다.

기준이 이렇게 느슨해진 배경엔 고용률 수치와 사업장 개수를 지키려는 행정 관행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노동법 위반에 쓰는 단계적 처벌 방식을 중대한 인권유린 사안에 그대로 갖다 붙인 결과다. 인증을 즉시 취소하면 다른 장애인 근로자들까지 일자리를 잃는다는 논리도 완화된 규정을 지탱해온 명분이었다.

이번 인천 사업장의 인증취소 절차는 성범죄가 아니라 특별감독에서 별도로 적발된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을 근거로 진행되고 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법률 개정이 아닌 고시 개정 사안이다. 국회 절차 없이 행정예고만 거치면 하반기 시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소급 적용이 안 된다는 점이다. 개정 이전 발생한 사건에는 새 기준을 쓸 수 없다. 노동부가 인권침해가 아닌 다른 위반 사항을 엮어 취소 절차를 밟은 이유다.

지원금 환수 규정도 함께 신설될 예정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인증 취소와 지원금 환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원금 대부분이 설립 초기 시설·장비 구입에 이미 소진된 경우가 많아 실제 환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기존 지급분의 소급 환수는 신뢰보호 원칙상 어렵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직원들이 행정 인력이라 은밀한 성범죄를 확인할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한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확보한 3년치 점검 기록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공단은 사업주가 배석한 자리에서 단순 질의응답 위주 면담만 반복했다. 매번 ‘특이사항 없음’으로 끝났다.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특성을 반영한 전문 조사 기법이나 인권 전문가 동행은 없었다.

수사권 유무는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침해 여부를 스크리닝하는 건 관리·감독 기관의 고유 역할이다. 수사권이 없어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할 통로는 있었다. 공단은 이를 쓰지 않았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복지관이나 장애인 거주시설을 감시하는 지자체 공무원도 수사권이 없다. 그런데도 단 한 번의 인권유린만으로 시설 폐쇄가 가능하다. 신고의무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복지법상 학대 신고의무기관에서 빠져 있다. 내부에서 알아도 신고할 법적 채널이 없다.

공단은 지난 6월 115개소 긴급점검에 이어 7월부터 전체 표준사업장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를 다수 고용한 사업장 등 100곳은 오는 21일까지 집중 정기감독 대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해 하반기 내 개정 고시를 공포·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