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로 얼굴 덮고 주먹질·발길질까지… “치료 명분 넘어선 가혹행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가해진 강박 과정이 법이 금지한 가혹행위에 해당한다며 병원과 지자체, 경찰에 각각 징계와 관리 감독, 수사를 권고했다. 치료와 보호를 명분으로 한 강박이 폭력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2월 13일 모 병원장에게 환자 강박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간호사에 대한 징계와 전 직원 대상 정기적인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또 해당 구청장에게는 해당 병원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강화하라고 했으며 해당 경찰서장에게는 병원 보호사 3명의 강박 행위에 대해 폭행 혐의로 수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권고는 병원 보호사들이 환자의 얼굴에 담요를 덮은 채 강박하고 폭행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진정이 제기되면서 이뤄졌다. 보호사 측은 당시 환자의 저항이 심해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과도한 강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보호사들이 환자를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잡아 보호실로 이동시킨 뒤 얼굴을 무릎으로 누르며 강박하고 발길질을 하거나 베개로 얼굴을 덮은 행위는 정신건강복지법이 금지한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치료와 보호 목적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이 요구하는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결론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강박 시간도 병원 기록과 달리 24분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4포인트 강박을 지시했음에도 현장에서는 5포인트 강박이 시행되는 등 의료 지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서의 격리와 강박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 아래 최소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간호사는 그 지시가 현장에서 엄격히 준수되도록 통제하고 정확히 기록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소홀히 한 간호사에 대해서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폭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폐쇄적인 의료 환경에서는 절차 준수와 기록의 정확성, 책임 있는 관리체계가 환자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신의료기관 내 강박이 치료와 보호 목적에 엄격히 한정되고 폭력과 자의적 집행을 막기 위한 관리 감독과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