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장애인 전환재활 제도화 시동…경남 조례안, 지역사회 복귀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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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직업재활 사이 공백 해소 목표
통계와 현장 과제 짚어본 정책 의미

중도장애인 재활의 모습<사진=장애인일자리 신문>

질병이나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입은 중도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 문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 경남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한 조례 발의 소식을 넘어, 의료 이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등록장애인의 88.1%는 질환이나 사고 등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가 선천적 요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급성기 치료 이후의 적응 단계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퇴원 이후 일상 복귀를 돕는 체계가 미비해 요양병원에 장기간 머무르는 현상과 가족 돌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해 네 가지 축을 강조한다. 첫째, 의료재활과 지역사회 서비스의 연계 강화다. 급성기 병원 치료 이후 기능 회복과 사회 적응을 돕는 중간 단계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둘째, 심리·정서 지원이다. 장애 수용 과정에서 겪는 우울과 불안은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셋째, 직업 재활과 고용 유지 지원이다. 기존 직무 수행이 어려워진 경우 직무 재설계, 재교육, 전직 지원이 병행돼야 경제활동 복귀가 가능하다. 넷째, 초기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적 지원과 주거·이동 환경 개선 등 생활 기반 확보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경상남도의회 정규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상남도 중도장애인 전환재활 지원 조례안」은 의료재활과 직업재활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전환재활’ 체계를 공공 인프라로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례안에는 5년 단위 지원계획 수립, 학업 및 직장 복귀 훈련, 가족 재활상담 등 맞춤형 지원사업 추진, 전환재활센터 설치 및 재활의료기관·교육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

전환재활은 단순한 기능 회복을 넘어 사회적 역할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재활정책과 구별된다. 퇴원이 곧 지원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도록 제도적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중도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이자 잠재적 경제활동 인구로 바라보는 정책 전환의 신호로도 해석된다.

정 의원은 토론회 등 공론의 장에서 의료와 직업재활 사이의 공백을 지적하며 조례 제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발의는 그 약속을 제도화 단계로 옮긴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조례의 실효성은 향후 예산 규모, 전담 인력 확보, 기존 재활병원 및 고용 지원기관과의 연계 수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선언적 규정에 머물지 않고 실제 서비스 전달체계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 의원은 “중도장애는 도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험임에도 그동안 이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공공의 역할은 많이 부족했다”며, “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병원 퇴원이 막막한 끝이 아니라, 온전한 도민으로서 다시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진정한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도장애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사회적 과제다. 경남의 조례안은 그 대응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향후 심의와 시행 과정에서 구체적 실행 방안과 재정 계획이 어떻게 마련되는지에 따라, 이번 입법이 지역 복지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