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최저임금 전면 적용 추진…‘차별 해소’와 ‘고용 위축’ 사이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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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의원 개정안 발의…적용 제외 폐지·공공일자리 확대 담아
현장 “권리 회복 필요” vs “재정·고용 부담 현실화”…제도 전환의 조건은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장애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전면 적용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적용 제외 제도’의 존폐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차별 해소라는 명분과 함께, 고용시장 위축과 재정 부담이라는 현실적 쟁점이 동시에 부각되는 상황이다.

전 의원은 최근 ‘최저임금법’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장애를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조항을 삭제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제도는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다고 인정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장애인의 노동을 ‘예외’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실제로 1만 명이 넘는 장애인 노동자가 최저임금의 약 20%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빈곤 고착 구조를 만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사회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해 왔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를 ‘불합리한 차별’로 판단하고 폐지를 권고했다.

다만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특히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과 중소 사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용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제도 폐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대안 없는 시행은 오히려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관계자들은 최근 국회 앞 집회를 통해 제도 폐지와 함께 ‘보충급여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이는 국가가 장애인의 낮은 생산성으로 발생하는 임금 격차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고용 유지와 소득 보장을 동시에 달성하자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에도 유사한 보완 장치가 포함됐다. 사용자 부담 증가에 따른 고용 기피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임금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정 규모나 지원 방식은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향후 입법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함께 발의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기존의 보호 중심 일자리에서 벗어나, 공공이 직접 직무를 설계하고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확대하는 모델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진행된 시범사업에서는 권리옹호 활동, 문화예술, 인식개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정 성과가 확인됐지만, 지속가능성과 생산성, 민간 고용으로의 연결 여부는 여전히 검증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 논의를 ‘제도 폐지’ 자체보다 ‘전환 설계’의 문제로 보고 있다. 단순히 적용 제외를 없애는 데 그칠 경우, 노동시장 진입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과 함께 임금보전, 고용보조금, 직무 재설계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결국 쟁점은 명확하다. 장애인의 노동을 예외로 둘 것인가, 아니면 동일한 기준 안으로 포함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다만 그 선택의 결과를 감당할 정책 설계가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권리 확대’가 ‘고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법안은 장애인 노동을 ‘보호’에서 ‘권리’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시에 그 전환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정, 고용, 산업 구조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정책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