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35억 원 환급 가능 판결 이어지며 우려가 현실로
대통령실 제도 점검 지시가 전환점 될지 주목

지난 3월 12일, 장애인 고용제도를 둘러싼 중요한 분기점이 마련됐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법인세 비용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을 최종 확정하면서, 그동안 유지돼 온 제도 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이 판결이 단순한 세무 해석의 변경을 넘어 기업의 고용 의사결정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부담금이 제재가 아닌 비용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는 선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판결 이후 한 달여 만에 현실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이 이미 납부한 부담금을 법인세 비용으로 인정해 달라는 경정청구를 진행하고, 이를 둘러싼 반환 소송이 잇따르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약 35억 원 규모의 환급이 가능해지는 판결이 확정되면서,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제기되던 환급 흐름이 실제 사례로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급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장애인 고용 관련 재원 구조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단순한 제재금이 아니라 고용장려금과 직업재활, 직무개발 등 다양한 고용지원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돼 왔다. 환급 규모가 확대될수록 이러한 재원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담금이 비용으로 인정되고 환급 가능성까지 현실화될 경우, 신규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의무고용 미이행 상태를 유지한 채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 이후의 변화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19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실효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반복적으로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점은 또 다른 전환 신호로 읽힌다. 이는 단순한 현안 대응을 넘어 제도의 근본 구조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훈식 실장은 채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고질적 반복·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부담금 가중 및 미이행 비율에 따른 단계적 상향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신속히 실행할 것”을 고용노동부에 지시했다.
부담금 상향 검토 지시는 대법 판결 이후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제도의 억제력을 정책적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부담금이 실질적인 압박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할 경우 고용 대신 납부를 선택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만큼, 제도 운영 방향 자체를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다만 이러한 발언이 실제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부담금 조정이나 제도 개편은 법 개정과 사회적 논의를 수반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업 측에서는 이미 진행 중인 환급 절차와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 사이에서 대응 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하나의 사건이 아닌 연속된 흐름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6년 3월 12일 대법 판결로 시작된 제도 해석의 변화, 이어지는 기업들의 환급 시도와 실제 환급 가능 판결, 그리고 정부 핵심 인사의 제도 점검 지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장애인 고용제도가 단순한 운영 조정을 넘어 구조적 전환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향후 관건은 이러한 흐름이 선언적 수준에 머무를지, 아니면 실제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특히 부담금 제도의 실효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그리고 기업의 고용 선택을 실질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지가 장애인 고용 정책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