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20주년 맞아 공동 기자회견
정보접근·통계·사법 등 12개 상임위 걸친 제도 정비 추진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28개 세트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두 의원은 서로 다른 정당에 속해 있지만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에는 정치적 구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야의 협력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제 인권 규범인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20주년을 계기로 마련됐다. 우리나라는 2008년 협약을 비준했지만 실제 이행 수준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두 의원은 이날 “지난해 기준 중앙정부 부처의 협약 이행률이 10.3%에 불과하다”며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공동 기자회견은 초당적 협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 의원은 장애 정책이 특정 정당의 의제가 아닌 국가적 책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입법 지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협약 비준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12개 상임위원회 소관에 걸친 28개 법안 가운데 실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일부에 불과하며, 상당수 법안은 심의조차 진행되지 못한 상태다.
최보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약 이행을 위해 12개 상임위원회에 걸쳐 28개 법안에 이르는 세트법을 함께 발의했지만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며 “세트법과 함께 장애인지 예산 신설 등을 담은 장애평등정책법 역시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 역시 정책 기반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당적 협력으로 세트법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며 “특히 통계법의 경우 분리 통계가 충분하지 않아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28개 세트법’은 단일 법률이 아니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국내 법률 간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복수의 법안을 묶은 입법 패키지다. 1차 11개 법안을 시작으로 이후 2차 14개 법안, 3차 3개 법안이 순차적으로 발의되면서 총 28개 법안으로 확대됐다.
세트법의 구성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장애인의 삶 전반에 걸친 제도 기반을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포용 관련 법률, 장애 관련 통계를 별도로 생산하도록 하는 통계법 개정안, 장애를 고려한 국제개발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일부 법안은 기존 제도 속 차별 요소를 제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출입국관리법에서 장애를 이유로 입국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고, 치료감호법의 선거권 제한 규정을 정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노동조합법, 방송법, 형법, 형사소송법 등 다양한 법률이 개정 대상에 포함돼 있어 장애인의 노동권, 정보 접근권, 사법 접근권을 전반적으로 보완하려는 성격을 띤다.
이와 함께 두 의원은 세트법의 핵심 축으로 ‘장애평등정책법’ 제정을 제시했다. 이 법안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장애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고, 관련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장애 정책 운영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공동 행보는 장애 정책이 정치적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장애인 당사자 출신 의원 두 명이 정당을 넘어 공동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입법 논의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협약 제정 2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제기된 이번 요구는 단순한 법안 처리 촉구를 넘어, 국제사회와 약속한 권리를 국내 제도로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