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개인예산제, 2027년 전면 시행 향한 현장 실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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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시범사업과 정부 평가 연구가 보여준 가능성과 과제

<사진=광주광역시 남구 제공>

정부가 2027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전국 각지의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 실험 단계에 들어갔다. 기존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서비스 항목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 개인에게 일정 예산을 배정하고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복지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기존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면서 제도 설계의 완성도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현재 운영 중인 바우처 중심 복지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논의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장애인 복지서비스는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재활서비스 등 정부가 정한 급여 항목 안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예산제는 이러한 서비스 일부를 현금성 예산 형태로 전환해 장애인이 자신의 생활 환경과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는 2024년 기준 약 14만 명에 이르며, 관련 예산 규모는 2조 원을 넘어선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와 방과후 활동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장애인 대상 바우처 복지 예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정부는 이러한 대규모 복지 체계가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개인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검토해 왔다.

이 같은 정책 변화 속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시범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는 2026년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지역 최초로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남구는 활동지원과 발달장애인 서비스 등 4개 바우처 분야 수급자 가운데 20명을 선정해 개인예산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참여자는 기존 바우처 총액의 최대 20%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보조기기 구입, 건강관리 물품, 맞춤형 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개인예산제가 장애인의 생활 선택권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기존 제도에서는 제공되는 서비스 범위가 제한적이었지만 개인예산제를 통해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복지 전달체계를 실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책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평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모니터링 및 평가분석 연구’에 따르면 참여자 상당수는 개인예산을 활용해 기존 바우처로는 이용하기 어려웠던 재활치료나 이동보조기기 구입 등에 활용하면서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용자가 자신의 생활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 확대 효과가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도 적지 않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참여자는 개인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기존 활동지원 시간을 줄여야 하는 구조 때문에 사업 참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용 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인예산이 기존 급여에서 일부 전환되는 구조인 만큼 필수적인 생활지원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 제도의 주요 취약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개인예산제가 장애인 복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제도이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확대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애정책 연구자들은 “개인예산제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용자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관리해야 하는 책임도 커지는 제도”라며 “이용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과 상담 체계가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개인예산 방식의 장애인 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영국은 ‘퍼스널 버짓(Personal Budget)’ 제도를 통해 장애인이 돌봄 서비스 예산을 직접 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호주는 국가장애보험제도(NDIS)를 통해 개인별 지원계획에 기반한 예산 배분 방식을 도입했다. 다만 이들 국가에서도 예산 관리 부담과 서비스 시장 형성 문제 등 다양한 시행착오가 보고되고 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아직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시범사업을 통해 보완점을 찾아가는 정책 실험 단계에 가깝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시범사업과 연구 결과는 제도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7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개인의 선택권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함께 활동지원 등 필수적인 생활지원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향후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