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개인예산제, 2027년 전면 시행 향한 현장 실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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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시범사업과 정부 평가 연구가 보여준 가능성과 과제

<사진=광주광역시 남구 제공>

정부가 2027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현장 실험 단계를 거치며 제도 전환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바우처 중심의 복지 체계를 넘어, 장애인 개인에게 예산을 배정하고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관리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순위에 두는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정해 놓은 서비스 목록에서 선택하도록 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장애인이 자신의 생활 방식과 욕구에 맞춰 예산을 활용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현재는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재활서비스 등 바우처 급여의 일정 비율을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개인 맞춤형 복지 구현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의 시범사업과 연구를 거쳐 2027년 본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는 이러한 정책 흐름 속에서 광주 지역 최초로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에 나섰다. 남구는 2026년도 보건복지부 공모에 선정돼, 활동지원과 발달장애인 서비스 등 4대 분야 바우처 수급 장애인 20명을 대상으로 개인예산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참여자는 기존 바우처 총액의 최대 20%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보조기기, 건강관리 물품, 맞춤형 서비스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남구는 이를 통해 이용자 중심의 복지 전달체계를 강화하고, 장애인의 선택권을 실제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시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 대표적 연구가 202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모니터링 및 평가분석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개인예산제는 장애인이 자신의 욕구를 바탕으로 이용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일부 참여자는 재활치료, 이동보조기기, 일상생활 지원 등 기존 바우처로는 이용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개인예산으로 활용하며 만족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동시에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시범사업 참여자 가운데 상당수가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로 중도에 참여를 포기했고, 이용계획 수립 과정이 복잡하고 정보 제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인예산이 기존 급여에서 전환되는 방식이다 보니, 생활에 필수적인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제도의 취약점으로 확인된 것이다. 연구는 향후 본사업 전환을 위해 계획 수립 지원체계 강화, 정보 접근성 확대, 법적 기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아직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다듬어지고 있는 정책 실험에 가깝다. 광주 남구를 포함한 각지의 시범사업과 중앙정부의 평가 연구는 제도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2027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개인의 선택권을 넓히면서도 필수적 생활지원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향후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