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인정하면서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판결” 웹접근성 손해배상 헌법소원 각하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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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법연구회·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시각장애인연합회 공동 규탄 성명

<사진=Unsplash>

시각장애인들이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웹접근성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끝내 받지 못하게 된 가운데, 헌법재판소마저 이들의 재판 헌법소원을 각하하면서 장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일 시각장애인 A씨 등 18명이 웹 접근성 손해배상 소송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재판소원 청구를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했다. 헌재는 해당 판결이 헌재 결정례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어겨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시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각장애인 960여 명은 이베이코리아, 롯데쇼핑, 이마트 등 3대 올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대체텍스트 제공과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다. 이들은 쇼핑몰이 상품 이미지에 화면 낭독기로 인식 가능한 대체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상품 정보를 인식하기 불편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결과 차별 자체는 인정됐다. 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개별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이라도 쇼핑몰은 장애인이 콘텐츠의 의미와 용도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6개월 안에 대체텍스트를 제공하라는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그러나 위자료 지금은 인정되지 않았다. 1심에서는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지만, 2심에서 뒤집혔고 지난 3월 12일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회사 측의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A씨 등 18명은 지난 4월 10일 헌법재판소에 재판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대법원이 차별 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를 인정하고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적법절차 원칙, 이유제시 의무, 그리고 장애인을 실효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개별·구체적 사건에서의 사실인정이나 법률 적용에 대한 불복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에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9일 공동 성명을 내고 헌재 결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고의·과실에 대한 장애인의 입증책임을 완화한 것은 차별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취지인데, 법원이 차별 행위와 손해를 인정하고도 고의·과실을 부인하며 배상 책임을 부정한 것은 이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재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순히 재판 결과에 대한 불복으로 처리한 것은 재판 헌법소원의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형식논리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장애인차별을 인정하면서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판결이 반복된다면, 그 차별은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떻게 시정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헌재의 소극적 판단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차별을 확인해도 배상을 명할 수 없는 선언적 규범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7년 제정돼 2013년부터 모든 법인에 적용됐다. 그러나 성명 발표 단체들은 법 시행 이후에도 10년 넘게 온라인 쇼핑몰의 웹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상품 이미지 앞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