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7) 서울재활병원, 재활 이후의 삶까지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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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회복지사와 일자리 지원기관 협력으로 중도장애인 사회복귀 길 열어
재활의 끝은 퇴원이 아닌 출근… 중도장애인 사회복귀 돕는 ‘병원-일자리’ 가교

서울재활병원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중도장애인에게 재활은 단순히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 치료가 끝난 이후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여부가 삶의 안정과 직결된다. 실제로 국내 장애인의 상당수는 선천적 장애가 아닌 사고나 질환으로 장애를 얻은 중도장애인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등록장애인 가운데 약 80% 이상이 후천적 장애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재활 이후의 사회 복귀 문제는 장애 정책 전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재활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시기는 장애 발생 이후 약 6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신체 기능 회복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이른바 재활의 골든타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시기는 고용 지원 제도에서는 사각지대가 되기 쉽다. 현행 제도상 대부분의 장애인 고용 서비스는 장애인 등록이 완료된 이후에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 절차상 장애 등록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다 보니 환자들은 치료에 집중하는 동안 퇴원 이후의 삶을 준비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

이 같은 제도적 공백을 현장에서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 서울재활병원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단계에서부터 퇴원 이후의 삶을 함께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환자들과 상담 과정에서 발병 이전의 직업과 퇴원 이후의 목표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재활의 목표를 일상 회복에만 머물지 않도록 돕고 있다. 특히 장애 등록 이전 단계부터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후 취업 지원기관과 연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다.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의 장애 등록이 완료되는 즉시 센터와 연결해 취업 상담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치료와 취업 지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병원과 취업 지원기관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이 같은 협력 모델은 실제 취업 성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장애인 인턴으로 취업한 30대 남성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발병 전 편의점을 운영했던 그는 재활 치료 이후에도 다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장애 등록이 완료된 뒤 곧바로 취업 상담이 진행됐고 직업 상담과 취업 알선을 거쳐 사무직 인턴으로 채용됐다. 치료의 공간이었던 병원이 사회로 나아가는 준비 단계의 역할까지 수행한 셈이다.

센터 역시 병원 단계에서부터 취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섰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치료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취업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병원 주요 동선에 취업 관련 안내와 홍보용 LED 안내판을 설치했다. 치료가 끝난 뒤 갑작스럽게 사회로 나가야 하는 상황을 줄이고, 회복 이후의 삶을 미리 구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센터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재활 치료 단계에서부터 취업 정보를 접하게 되면 장애인이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맞춤형 상담과 다양한 취업 정보를 제공해 중도장애인의 자립적인 삶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활 의료와 고용 지원의 연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장애 정책 연구자들은 의료 재활이 신체 기능 회복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실제 삶의 안정은 고용과 사회 참여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도장애인의 경우 기존 직업 경력이 있는 만큼 적절한 직무 재설계와 취업 지원이 이뤄지면 노동시장 복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재활의 완성은 병원 치료가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찾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병원과 취업 지원기관이 협력해 재활 이후의 삶까지 이어주는 이 같은 모델은 중도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돕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의료와 고용의 경계를 넘는 작은 연결이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시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