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일자리, 어디까지 ‘직무’로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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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권리중심 일자리 참여자 플로깅·편의시설 모니터링 등 수행
서울시는 집회·시위 직무 제외 후 사업 개편…권익옹호 활동 범위 논의 필요

<사진=국가철도공단 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에서 장애인식 개선과 권익옹호 활동을 어디까지 직무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미화나 사무보조와 달리 권익옹호 활동은 직무의 범위와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사업 운영 과정에서 논쟁이 발생해 왔다.

용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18일 권리중심형 일자리 참여자들과 강남대학교역과 기흥역 일대에서 플로깅 활동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2026년 경기도 장애인 맞춤형 일자리 공모사업의 하나로, 용인시에 거주하는 미취업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참여자들은 거리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했다. 센터는 플로깅 외에도 보치아와 풍물 등 스포츠·문화예술 활동,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편의시설 모니터링 등을 권리중심형 일자리의 직무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환경정화는 기존 공공일자리에서도 활용되는 직무다. 편의시설 모니터링 역시 장애인 당사자가 시설을 조사하고 문제점을 기록해 개선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구체화할 수 있다. 장애인식 개선이나 권익옹호 활동은 사회적 인식과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 문제는 서울시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시는 2020년 고용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고 장애인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식 개선 등을 주요 직무로 운영했다.

서울시는 2023년 실태조사 결과 3년간 직무활동의 50.4%가 집회·시위·캠페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공공재정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에서 집회와 시위 참여를 직무로 인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문제로 제기하고, 같은 해 7월부터 집회·시위 등을 직무에서 제외했다.

이후 서울시는 기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로 개편했다. 재택 사무보조, 환경미화, 매장관리, 키오스크 안내, 장애인 보조기기 관리, 사서보조 등 구체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직무를 구성하고 실제 취업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변경했다.

반면 권리중심 일자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식 개선과 권익옹호 활동도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기존 노동시장에서 취업 기회가 제한된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 중심의 생산성이나 취업 가능성만으로 직무를 설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쟁점은 권익옹호 활동 자체보다 구체적인 직무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있다. 편의시설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거나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업무 내용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집회나 시위 참여까지 권익옹호 직무에 포함할 경우 공공일자리와 사회운동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직무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활동 목적뿐 아니라 업무 내용과 수행시간, 결과물, 근태관리, 성과평가 등 일반적인 일자리에서 요구되는 기준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이러한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과제다.

용인IL센터의 플로깅은 이러한 직무 설계의 한 사례다. 환경정화라는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역 주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식 개선 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공일자리의 업무와 권리중심 일자리의 목적이 결합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확대와 함께 직무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직무뿐 아니라 장애인식 개선과 문화예술, 편의시설 모니터링, 권익옹호 활동을 어떤 조건에서 직무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직무의 명칭보다는 실제 수행하는 업무와 공공성, 결과와 평가 가능성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