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담금 비용인정” 판결에 기업들 환급 예상액 1조… 장애인 일자리는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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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1.57% 추락, 20대 기업 65% 미달 상황서 부담금 실질 부담 20% 감소
전문가들 “고용 유인 더욱 약화” 우려… 부담금 인상·장려금 확대 등 종합대책 촉구

<사진=Pixabay>

대법원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법인세 비용으로 인정하면서 8000여 기업에 1조 원이 환급되지만, 정작 장애인 고용률은 법정 의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7%로 추락해 일자리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담금 실질 부담이 약 20% 줄어든 만큼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유인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며 정부의 긴급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제재가 아닌 고용 촉진을 위한 유도적 부담금이라며 이를 법인세 계산 시 비용으로 인정했다. 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지키지 않을 때 내는 부담금을 회사 경비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부담금을 낸 8000여 기업은 경정청구를 통해 약 1조 원을 돌려받게 됐다. 법정신고기한으로부터 5년 내 경정청구가 가능하며, 대기업은 각각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대 환급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판결로 기업의 부담금 실질 부담이 약 20% 줄어든다는 점이다. 부담금이 비용으로 인정되면 법인세율만큼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간 2588만 원의 부담금을 낸 기업은 법인세 약 517만 원을 절감하게 돼 실제로는 2071만 원만 부담하는 셈이다.

노동경제 전문가들은 “부담금의 목적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금을 내는 것이 비싸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인데, 이번 판결로 그 효과가 20% 이상 희석됐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유인이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민간기업 장애인 실제 고용률은 1.57%로 법정 의무 3.1%의 절반에 그쳤다. 20대 대기업의 65%가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수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금을 내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현재 부담금은 미달 1인당 월 215만여 원 수준이다. 장애인 평균 임금이 월 200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금을 내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시설 개조, 직무 조정, 동료 교육 등 추가 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부담금 납부가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자리를 찾고 있는 장애인 구직자들은 그동안도 기업들이 부담금만 내고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았는데, 이제 부담금 부담마저 줄어들면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담금 제도가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데, 이마저 약화되면 고용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대응이 27년간 방치해온 정책 실패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한다.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는 1991년 도입 당시부터 27년간 법인세 비용으로 인정됐다. 그러다 2018년 기획재정부가 갑자기 유권해석을 바꿔 부담금은 제재이므로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를 근거로 과세관청은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부담금은 제재가 아니라며 기업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부담금이 장애인 고용 촉진이라는 정책 목적을 위한 유도적 부담금이며, 고의·과실 같은 책임요건도 없고 별도 처벌규정도 없어 제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정부가 사전에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심과 2심에서 패소했을 때 대책을 세웠어야 했지만, 정부는 대법원 판결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12월에야 부랴부랴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법에서 제재로서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이유로라는 표현으로 바꿔 2025년부터는 부담금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아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누적된 1조 원 환급은 막을 수 없게 됐다. 조세법 전문가들은 정부가 27년간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유권해석만 바꿔놓고 법원에서 패소하자 뒤늦게 법을 고친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이라고 비판한다.

더 큰 문제는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부담금을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보는 반면, 기재부는 의무 불이행에 따른 제재로 보고 있다. 같은 정부가 법정에서 상반된 논리를 펼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만으로는 장애인 고용 확대 효과가 없다며 긴급 종합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부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다. 노동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미달 1인당 월 215만 원 수준인 부담금을 월 400만 원 이상으로 올려야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훨씬 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한다.

동시에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정부는 장애인 1인당 월 30만에서 80만 원의 고용장려금을 지급하지만, 이는 실제 관리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장애인 고용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면 시설 개조, 직무 조정, 동료 교육 등 추가 비용이 최소 월 50만 원 이상 든다며, 장려금을 현행의 2배 수준으로 올리고 시설 개선 비용도 전액 정부가 지원해야 기업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조언한다.

세제 혜택 강화도 필요하다. 세무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면 법인세를 5~10%포인트 감면해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기업들이 부담금 대신 고용을 선택할 것이라며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애인 단체들은 부처 간 정합성 확보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복지부와 기재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정책이 일관성 없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총리실 주도로 범정부 TF를 만들어 통합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3개월 내 긴급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장애인 고용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부담금 부담이 줄었다고 인식하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기존 장애인 근로자 유지에도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판결 이후 일부 기업에서 부담금을 내는 것과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재검토하겠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고용률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부담금 월 400만 원 이상 인상, 고용장려금 2배 확대, 시설 개선비 전액 지원, 법인세 감면 확대, 장애인고용기본법 제정 등을 골자로 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이 단순히 숫자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정부가 또다시 손 놓고 있다가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사회에서 더 고립되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부담금 인상, 장려금 확대, 세제 혜택, 법 정비를 한꺼번에 추진하는 범정부 차원의 긴급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