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대상 수상자 윤진석 작가 인터뷰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제 3회 SDAM 장애인 미술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가 열렸다. ‘언노운바이브 아트페어 〈inspiration 2026〉’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회에서 SDAM은 공모전 수상작 54점을 선보였다.
이번 공모전의 최고상인 대상은 윤진석 작가의 ‘시간의 달항아리’가 받았다. 달항아리 안에 수많은 시계를 담아 작가 자신의 시간과 기억을 표현한 이 작품은 심사위원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윤진석 작가를 서면으로 만나 수상 소감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었다.
윤진석 작가는 이전에도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수상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상 수상은 그마저도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다고 했다. “대상 수상을 알게 되었을 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고 저의 작품이 인정받게 되어 행복했습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일반 갤러리가 아닌 호텔 객실이라는 색다른 공간에서 열렸다. 올해 SDAM 전시 공간은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서울 용산 3169호에 마련됐다. 낯선 공간에 걸린 자신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느낌을 묻자 “대부분 일반 전시장, 갤러리 벽면에 설치된 작품을 감상하다 호텔 객실 공간에서 보니 작품을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고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윤진석 작가의 작품에는 시계가 자주 등장한다. ‘시계작가’라고 불리울 정도다. 정교하게 그려진 숫자판, 톱니바퀴, 흔들이 추… 시계는 그에게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삶의 언어가 됐다.
시계와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때부터 소리에 예민했고, 낯선 공간과 사람들과의 소통, 눈맞춤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작가는 어느 날 낯선 공간에서 우연히 벽시계를 발견했다. “시계의 째깍째깍거리는 소리가 주변의 거슬리는 소리에 둔감해지고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시계를 보면 그 시계를 보았던 장소와 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계는 작가에게 기억의 닻이 됐다. “저에게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물건이 아니라 제 마음과 기억을 이야기해주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이번 대상 수상작 ‘시간의 달항아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항아리인 달항아리 안에 수많은 시계를 가득 채워 넣은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살아오며 쌓아온 시간과 만남, 기억을 그림 안에 담아냈다. “항아리 속 수많은 시계는 제가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 다녀온 장소, 그리고 잊지 못할 기억들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시간이란 흘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는 시간이 흘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삶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시계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떠올리고,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작품 속 시계들이 가리키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그 가운데 작가에게 가장 소중하게 기억되는 시간이 있다. 바로 ‘3시 30분’이다. 다섯 살 때 이모와 함께 떠난 청도 여행이 그 시간 안에 담겨 있다. 청도의 한 오리백숙집에서 마주친 흔들이 추 시계, 그 울림이 어린 작가의 불안하고 힘들던 마음을 달래줬다. “불안하고 힘들었던 마음을 흔들이 추 시계의 울림을 들으며 마음을 안정시켰던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3시 30분이 가장 마음을 편안하게 준 시간이며 작품에 흔들이 추 시계가 많이 등장을 하며, 시계의 시간도 가장 편안한 시간인 3시 30분이 많습니다.”
윤진석 작가에게 그림은 반복된 일상이다. 매일 적게는 두 시간, 많게는 여덟 시간 이상을 작업에 쏟는다. 시계의 정교한 숫자판과 톱니바퀴, 흔들이 추를 하나하나 그려나가는 그 시간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시계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시계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주변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집니다.”
그림이 가진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그림의 힘은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누군가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린다면, 그 순간 그림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그림은 시간을 기억하게 하고, 마음을 이어주는 힘입니다.”라고 답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작가는 이미 새로운 작업에 한창이라고 밝혔다. 돌 오브제를 붙이거나 돌 위에 시계를 그리는 방식으로 사라지지 않는 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시계 안에 함께 표현해보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작가가 꿈꾸는 목표는 하나다. “윤진석 하면 시계를 떠올릴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만의 방식으로 시계를 더 깊이 생각하고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저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중한 기억과 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작가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
예술을 꿈꾸는 장애인 동료들에게 건네는 말에서는 작가의 온기가 고스란히 배어났다. “저는 시계를 좋아해서 계속 시계를 그렸습니다. 여러분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잘 그리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과 달라도 괜찮습니다. 우리 모두 자기만의 그림을 찾을 때까지 같이 열심히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온 팬들과 장애인일자리신문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가 좋아하는 시계를 계속 그리다 보니 제 그림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겼고, 그분들의 응원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시계 속에 소중한 시간과 기억을 담아서,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뜻한 시간을 선물하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