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으로 만난 명화, 열린 예술의 가능성 확인
국내 최초 ‘어두운 미술관’ 전시 성료

미술작품의 원활한 관람을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하는 전시회가 있다.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가 주관한 특별 전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어두운 미술관〉이 9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열리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는 시각 대신 촉각을 통해 세계 명화를 경험하도록 기획된 국내 최초의 실험적 시도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한 조건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시장은 최소한의 빛만 남긴 어둑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관람객들은 AI와 3D 프린팅 기술로 구현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등 명화를 손끝으로 만지며 형태와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한 작품을 시각이 아닌 감각으로 접한 이들은 예술 몰입의 새로운 방식을 경험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한 시각장애인은 “빛을 끄고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관람객 또한 “예술은 모두의 권리임을 깨닫게 됐다”며 열린 문화예술의 의미를 되새겼다. 시각장애인 작가 정은교 씨는 “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며 이번 전시의 확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는 과학적 실험 결과로도 주목받았다.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와 후원사 ㈜옴니씨앤에스는 전시 전 참가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뇌파·자율신경계 분석을 진행했다. 청각과 촉각 기반 체험 후 두 집단 모두 몰입도가 향상되었고, 특히 시각장애인의 몰입 지표가 비장애인보다 1.2배 높게 나타났다. 옴니씨앤에스 임은조 교육연구센터장은 “집중력과 정서 안정 지표가 개선되었다”며 “예술 체험이 두뇌 기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 비장애인 관객은 “시각이 오히려 관람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인것 같습니다.”라며 공감을 보였다.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 임혜리 상무는 “〈어두운 미술관〉은 감각이라는 공통 언어로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한 전시였다”며 “앞으로도 감각 중심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확대해 포용적 예술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