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인간의 협력, 새로운 장애 포용사회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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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인간을 보조하는 기술이 필요
장애인의 삶에 대한 진심어린 공감이 우선

<사진=유튜브 동영상 캡쳐>

과학기술의 발달이 장애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 Zürich)이 주최하는 국제 대회 ‘사이배슬론(Cybathlon)’은 보조공학 기술이 인간의 삶을 확장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회는 신체에 장애가 있는 ‘파일럿’과 기술개발팀이 한 조가 되어 일상생활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기가 아니라 ‘생활’을 겨루는 기술 축제라는 점에서, 사이배슬론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경쟁무대를 만들었다.

사이배슬론의 핵심 취지는 ‘기술을 통해 장애인의 신체 기능을 대신할 뿐만아니라 장애인 스스로가 기술 개발의 주체로 참여해 ‘가능성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대회가 시작된 2016년에는 기술의 성능에 주목했지만, 최근에는 실제 생활 속 활용도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사용성과 편의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포함되면서 보조공학은 ‘인간 중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KAIST 연구진은 2024년 대회에서 외골격 로봇 ‘워크온슈트 F1’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완전 하지마비 장애인이 이 로봇을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을 여닫는 장면은, 기술이 인간의 신체를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자율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한국팀 ‘BeAGain’은 전기자극 자전거(FES Bike) 종목에서 우승하며 전기신호로 근육을 자극해 움직이는 혁신적 방식을 입증했다.

사이배슬론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기술 경연의 성과를 넘어선다. 이 대회는 기술개발의 출발점이 연구실이 아니라 인간의 일상이어야 함을 보여준다. 보조공학이 산업적 경쟁력의 도구를 넘어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실현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앞으로 사이배슬론에서 개발된 기술들은 장애인의 삶 전반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외골격 로봇은 재활기기를 넘어 직장 내 근력 보조장비로, 전동휠체어나 로봇의수는 스마트홈과 연계된 생활 보조기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실용화되면,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과 자립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이배슬론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이를 바라보는 한 장애인 부모는 “장애를 기술의 대상으로 보는 대신, 장애인의 삶에 대한 진심 어린 공감이 우선 될 때 비로소 포용사회는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회가 보여주는 협력의 장면들은 곧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예고한다. 기술이 인간을 돕고, 인간이 기술을 성장시키는 순환의 구조 속에서 장애인의 삶은 보다 자립적이고 풍요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