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책임 내려놓고 국가가 맡는다…장애인 복지 65년 만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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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 기준 사실상 폐지 일자리 중심 지원 확대 지역사회 통합돌봄 가동

<사진=Pixabay>

2026년을 기점으로 장애인 복지의 기본 전제가 바뀐다. 장애인의 삶을 가족의 희생에 맡겨 온 제도가 국가 책임으로 전환된다.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실상 사라지고 현금 지원 위주의 정책은 민간 일자리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시설 수용에 의존하던 돌봄 역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체계로 재편된다. 당사자들은 “더는 미안해서 안아프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올해부터 정부의 장애인 정책은 의료 경제 돌봄 전반에서 구조적 변화를 예고했다. 핵심은 가족이 대신 책임지던 영역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떠안는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의료급여 제도다. 1961년 생활보호법 제정 이후 유지돼 온 부양의무자 기준이 장애인 가구에 한해 사실상 폐지된다. 그동안은 장애인 본인에게 소득이 없어도 부모나 자녀에게 일정 소득이 있으면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올해부터는 장애인 당사자의 소득과 재산만을 기준으로 의료급여를 판단한다. 의료급여 2종 입원 부담률은 10퍼센트로 낮아지고 중증 장애인에게는 월 의료비가 1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상한제가 적용된다. 의료비로 인한 빈곤 전락 위험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바뀐다. 단순한 연금 인상이나 단기 공공 일자리 대신 민간 고용을 통한 자립을 유도한다. 중소기업이 중증 장애인을 고용할 경우 정부가 월 최대 45만 원의 고용개선장려금을 지급한다. 그간 기업들은 장애인 의무 고용을 지키지 않고 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건비 부담을 낮춰 민간 고용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장애인 연금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35만 원 수준으로 인상된다. 근로 소득과 결합해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마련하도록 설계됐다.

돌봄 체계 역시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된다. 오는 3월부터 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가 본격 가동된다. 의료 주거 돌봄을 하나로 묶어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족의 돌봄이 한계에 이르면 외곽의 대규모 시설로 이동해야 했던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활동지원 서비스 단가는 1만7270원으로 인상되고 가산급여 시간도 확대된다. 최중증 장애인을 둔 가정의 돌봄 부담을 국가가 분담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두고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전제한 정책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가족의 희생을 전제로 유지돼 온 복지의 틀을 벗어날 수 있을지 제도의 안착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