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방과후활동부터 최중증 24시간 지원까지 확대
부모 사후 자립·지역사회 지원체계 강화

정부가 가족에게 집중돼 온 발달장애인 돌봄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단순한 돌봄서비스 확대를 넘어 주거와 일자리, 활동지원, 재산관리, 사법 지원 등을 연계해 발달장애인의 생애 전반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건복지부는 9월 1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발달장애인은 28만8천여 명으로 전체 등록장애인의 11.0%를 차지한다. 인지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그동안 가족의 돌봄 부담이 주요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3대 전략, 11대 추진과제, 50개 세부과제로 구성했다.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돌봄을 강화하고 일상 속 자립과 사회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아동기에는 가족의 돌봄 부담과 서비스 공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이용시간을 2026년 연 1,200시간에서 2027년 1,320시간으로 늘리고 장애아전문·통합어린이집도 2,008개소에서 2,088개소로 확대한다. 발달재활서비스 대상자는 11만 명에서 11만6천 명으로 늘린다.
학령기 이후의 돌봄도 확대된다. 방과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2026년 1만1,500명에서 2027년 1만3,000명으로 확대하고, 성인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는 2026년 1만5천 명에서 2030년 3만 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서비스 대기수요를 줄이고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최중증 통합돌봄 대상자는 2026년 2,340명에서 2027년 정부안 기준 2,760명으로 확대하고 긴급돌봄 제공기관도 2개소에서 5개소로 늘린다. 야간 돌봄이 필요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는 24시간 개별 1대 1 지원을 확대하고, 보호자가 부재한 경우에는 주말까지 24시간 돌봄과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부모의 고령화와 부재 이후까지 정책의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오랫동안 안고 있는 가장 큰 걱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더 이상 자녀를 돌볼 수 없게 됐을 때의 생활이다. 정부는 그동안 가족에게 맡겨져 있던 이 문제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돌봄 영역으로 명시하고 24시간 지원과 지역사회 자립을 연계하기로 했다.
다만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확대가 곧 모든 발달장애인의 부모 사후 대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발달장애인이 28만8천여 명에 이르는 가운데 최중증 통합돌봄 대상은 2027년에도 2,760명 규모다. 국가책임제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수요를 포괄할 수 있는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 발달장애인의 돌봄 공백을 어떻게 해소할지는 향후 정책에서 확인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돌봄을 자립으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도 제시했다. 2027년 3월 장애인지역사회자립법 시행에 맞춰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주거·일자리·활동지원 등을 연계한다. 2027년에는 모든 광역지방정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2030년에는 모든 기초지방정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지원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발달장애인의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한 재직자 훈련 대상은 2026년 400명에서 2027년 720명으로 늘리고 중증장애인 근로지원인은 1만1,700명에서 1만2,200명으로 확대한다. 장애 특성을 고려한 직무개발과 공공일자리 확대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맞춤형 직무개발’과 ‘공공일자리 확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직무를 얼마나 늘리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돌봄서비스가 단순히 보호에 머물지 않고 자립과 사회참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제 일자리의 규모와 지속성, 근로지원의 질까지 함께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별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정부는 16개 시·도에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통합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발달장애인 특화 정보 통합 앱을 구축해 지역 내 기관과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비스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거주지역에 따라 이용 가능한 지원이 달라지는 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을지가 정책의 실효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장애 영유아 돌봄인력에게 가산수당을 지급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종사자의 전문수당 인상도 검토한다.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고강도 돌봄을 담당할 인력의 처우와 전문성을 확보해야 서비스 확대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의 의미는 발달장애인의 돌봄을 가족의 책임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정책 영역으로 확대했다는 데 있다. 다만 국가책임제가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서비스 이용자의 실제 대기 규모와 지역별 격차, 부모 사후 주거지원, 충분한 예산과 전문인력 확보 등 구체적인 실행 기반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확대 계획이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집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