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통합돌봄·자립생활 중심 재편
장애인단체는 “실행 가능성 검증 필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장애인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 장애인 공약이 복지예산 확대나 시설 지원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이동권과 자립생활, 통합돌봄, 건강권 보장 등 ‘지역사회 안에서의 삶’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는 최근 ‘무장애 도시 조성 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발표했다. 저상버스 확대와 공공시설 이동 동선 개선,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을 비롯해 야간·주말 활동지원 확대와 추가 돌봄시간 지원 등을 제시하며 이동권과 돌봄 문제를 동시에 강조했다.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생활 지원을 주요 의제로 내세웠다. 위 후보는 제주 장애인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원주택 확대와 지역사회 정착 지원, 저상버스 100% 도입,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확대 등의 정책 방향에 공감 의사를 밝혔다. 특히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 정착을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중앙당 차원의 장애인 공약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애인 프리패스 통합바우처 도입, 무장애 관광특구 조성, 원스톱 생활지원센터 구축, 지원주택 확대 등을 포함한 5대 장애인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의 단순 복지 지원보다 이동과 주거, 관광, 정책 참여 등 생활 전반의 접근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으로 분석된다.
경북도지사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이철우 후보 역시 “장애인이 불편 없이 살아가는 경북”을 강조하며 장애 친화 환경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방정부가 생활환경 개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최근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생활밀착형 공약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기재 당진시장 후보는 ‘모두가 누리는 복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장애인 돌봄과 복지서비스 확대를 제시했고, 진보당 김형미 제주도의원 예비후보는 ‘장애 친화 마을’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단순 복지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 공간 자체를 장애 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접근이다.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장애인단체들의 움직임이다. 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서울시장 후보들을 상대로 장애인 통합돌봄 체계 구축, 건강권 강화, 정치참여 확대, 장애인종합회관 건립 등을 포함한 10대 핵심 공약과 28개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단순히 후보 공약을 기다리는 수준을 넘어, 직접 정책 의제를 제시하고 후보 검증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역 단위 정책 검증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장애인단체 26곳이 공동으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구청장 후보들에게 7대 정책을 제안했으며, 후보들은 현장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 장애인 공약의 핵심 키워드로 ‘권리 기반 접근’을 꼽는다. 이동권과 돌봄, 주거, 건강, 정치참여를 장애인의 기본 권리로 바라보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지방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장애인 정책 역시 복지 영역을 넘어 지방행정 전반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